“한국인들은 정말 열심히 일하고, 한국인만의 특별한 치열함이 있다. 한국 문화가 전 세계적인 중흥기를 맞은 것은 제작자, 아티스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사람이 오랜 시간 노력을 축적해 온 결과다.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다.”
지난 18일 개봉한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 ‘엘리오’에서 특수효과(FX)를 담당한 이재준 FX 기술 디렉터는 24일 국내 언론과 가진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디렉터는 물, 불, 연기 등의 FX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드는 전문가다. 지난해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2’, ‘엘리멘탈’(2023)에 참여했고, 내년에 선보이는 ‘토이스토리5’ 작업에도 참여했다. 픽사에선 이 디렉터를 포함해 10여명의 한국인 스태프가 일하고 있다.
그는 “애니메이션에서 캐릭터가 인간의 감정을 연기한다면 FX는 물, 불, 모래 등을 통해 감정을 전달한다”며 “감독이 관객에게 전달하려는 감정을 표현한다는 점에서 목표는 같으나 이를 다른 소재로 표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를 들어 엘리오가 우주의 고등 생명체 집단인 커뮤니버스에서 본인의 정체를 들키고 쫓겨나 바닷속으로 떨어지는 장면에선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 해명하고 싶은 마음, 급박함, 격정적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아주 거친 바다와 큰 파도를 일으켰다”고 부연했다.
어린 자녀를 키우고 있는 그는 “엘리오가 부모를 잃고 외로움을 속으로 삭이는 부분에선 내 아이를, 외톨이처럼 지내는 모습에선 내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며 “친구들에게 따돌림당하면서 느꼈던 외로움과 상실감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고,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다. 그때 애니메이션에 흥미를 느끼게 됐는데 이 작품에 참여한다는 사실이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아주대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한 그는 15년 전 미국으로 건너가 석사 과정을 하면서 FX 분야를 공부했다. 대학원 졸업 후엔 로스앤젤레스에서 광고, 영화, 뮤직비디오 등을 만들다가 2021년 픽사에 입사했다.
그는 “애니메이션 중 ‘월-E’를 가장 좋아한다. 말하지 않아도 감정과 감동을 전달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된 작품이었다”며 “내가 참여한 작품 하나하나가 전 세계 애니메이션 역사의 한 페이지라 생각하고, 거기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품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