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전쟁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장은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할 만큼 종잡을 수 없었다. 이란에 대해 2주일의 협상 시한을 주더니 이틀 만에 갑작스럽게 핵 시설을 폭격했고, 정권교체까지 언급한 지 하루 만인 23일(현지시간) 휴전을 선언했다. 트럼프는 휴전 발표 뒤엔 자신의 중재 성과를 자랑하는 글을 수차례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트럼프는 23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에 “전 세계에 축하를 보낸다. 이제는 평화의 시간”이라며 이스라엘과 이란의 휴전 가능성을 예고했다. 얼마 뒤엔 “이스라엘과 이란 간에 완전하고 전면적인 휴전이 전격 합의됐다”고 발표했다. 전쟁 당사국인 이스라엘과 이란이 관련 내용을 밝히기도 전에 본인의 소셜미디어에 먼저 글을 올리며 휴전을 기정사실화한 것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트럼프는 이란을 향해 “만약 현 이란 정권이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정권교체가 왜 없겠느냐”고 했다. J D 밴스 부통령 등 고위 인사들이 이란의 정권교체를 위한 전쟁이 아니라고 했지만, 트럼프는 이란의 ‘레드라인’까지 건드리며 압박을 최고 수위로 끌어올렸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 내내 트럼프의 말과 행동은 예측하기 어려웠다. 지난 21일 전격적인 이란 핵 시설 공습이 대표적이다. 트럼프는 지난 19일 이란에 2주간의 협상 시한을 준다고 한 뒤 이틀 만에 기습적으로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3곳을 ‘벙커버스터’를 탑재한 B-2 폭격기로 공습했다. 작전명 ‘미드나잇 해머(한밤의 방치)’처럼 예측할 수 없는 공격이었다.
트럼프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중도 철수한 뒤인 지난 18일 이란을 향해 ‘무조건적인 항복’을 촉구하는 한편, 이란 최고지도자가 어디에 숨어 있는지 안다며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제거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휴전 선언 전날인 22일에도 이란 이슬람 지도부의 아킬레스건인 ‘정권교체’까지 언급하며 확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이란이 미군 기지에 대한 공격을 사전 고지하며 ‘절제된 군사 행동’으로 확전 자제 의사를 밝힌 뒤 트럼프는 전격적인 휴전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이란과 이스라엘, 미국과 전 세계를 축복한다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는 휴전 발표 뒤 만족한 듯 트루스소셜에 휴전 중재에 자신이 한 역할에 대한 여러 글을 올렸다, 트럼프는 “이스라엘과 이란이 동시에 나에게 와서 이렇게 말했다. ‘평화’”라고 올린 뒤 “나는 그 순간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느꼈다. 세계와 중동이 진정한 승자”라고 적었다. 이어 “두 나라는 앞으로 사랑, 평화, 번영을 크게 누리게 될 것”이라며 “의로움과 진실의 길에서 벗어난다면 잃을 것도 그만큼 많을 것”이라고 적었다.
트럼프는 또 자신의 사진과 함께 “트럼프의 지지율이 치솟는다” “트럼프는 언제나 옳다” 등의 문구가 달린 게시물을 수차례 올렸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