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이란이 전면적인 휴전에 전격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이란도 휴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양국이 12일간 주고받은 공격이 전면전 눈앞에서 극적으로 봉합되는 모양새다. 다만 갈등의 불씨는 남아있어 휴전이 장기적으로 자리 잡을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이스라엘과 이란 간에 완전하고 전면적인 휴전이 전격 합의됐다”며 “양국이 현재 진행 중인 마지막 작전을 마무리하는 데 소요될 약 6시간 후부터 발효된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어 “이란이 먼저 휴전에 들어가고 12시간 뒤 이스라엘이 휴전에 들어가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24시간 경과 시점에 전 세계는 ‘12일 전쟁’의 종식을 기념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이번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을 ‘12일 전쟁’으로 명명하면서 “전 세계는 12일 전쟁의 공식 종료를 기념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이날 NBC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휴전이 얼마나 지속할 것인지를 묻자 “영원히 지속할 것”이라며 “무기한(unlimited)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양국의 전쟁이 완전히 종식됐다면서 “두 나라가 다시 서로를 향해 총을 쏘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양국 정부는 트럼프보다는 소극적이지만 휴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현재로서는 휴전이나 군사작전 중단에 대한 합의가 없다”면서도 “이스라엘이 수도 테헤란 시간으로 늦어도 오전 4시까지 이란에 대한 불법 침략을 중단하면 이후 대응을 계속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아락치 장관 발언 이후 이란 국영 TV도 휴전 사실을 보도했다. 이란 국립 뉴스 네트워크는 이날 생방송에서 “이슬람혁명수비대의 성공적인 미사일 작전”을 거론하며 “적에게 휴전을 강요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트럼프에게 “이란이 공격을 멈추면 휴전에 동의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모두 조건을 달긴 했지만, 휴전에 열려 있는 입장인 셈이다.
양국이 전격적인 휴전에 나선 것은 전면전이 양국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상황이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스라엘은 트럼프의 지지 없이는 전쟁을 이어가기 어렵다. 또 미국의 B-2 폭격기가 벙커버스터를 투하해 이란의 핵 시설을 파괴해 전쟁의 애초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보복할 경우 전 세계의 경제 위기도 예상된다.
이란 역시 이스라엘과의 전쟁에 이어 미국의 참전까지 감내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 이란 핵 시설이 미 공군에 기습 폭격을 당했다. 여기에다 트럼프는 이란의 정권교체까지 거론하며 추가 공격 가능성도 거론했다. 이란이 이날 카타르 미 공군 기지에 보복 공격을 하면서도 사전에 이를 미국에 공지한 것도 ‘약속 대련’을 통해 충돌을 완화하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양국이 휴전에 합의하더라도 이란의 핵 시설 파괴라는 애초 목적이 어느 정도 달성됐느냐에 따라 언제든지 전쟁이 재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는 미국의 공습으로 이란의 핵 시설이 완파됐다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피해 규모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