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의 인기와 맞물려 여름은 국내외 스타 무용수들의 ‘갈라’ 공연이 잇따라 열리는 계절이 됐다. 프랑스어인 갈라(Gala)는 원래 ‘특별한 행사’ 또는 ‘사교계의 축제’를 뜻하는 말이지만, 발레계에서는 ‘특별한 발레 공연’을 의미한다. 전막 공연 대신 스타 무용수들이 유명 레퍼토리 가운데 솔로 춤이나 파드되(2인무)를 주로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발레계에서 갈라 공연은 1년 내내 세계 곳곳에서 열리지만, 여름에 열리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전 세계적으로 발레단의 휴가 시즌이라 스타 무용수들의 이동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평소 만나기 어려웠던 구미 발레단 소속 무용수들을 여름에 주로 만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여름엔 평소보다 많은 4개의 갈라 무대가 예정돼 있어 발레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20년 만에 내한한 영국 로열발레단… 전준혁 등 단원 23명
세계 최정상 발레단 중 하나인 로열발레단은 7월 4~6일 LG아트센터 서울 시그니처홀에서 20년 만의 내한 무대 ‘더 퍼스트 갈라’를 선보인다. 로열발레단은 앞서 1978년 ‘백조의 호수’, 1995년 ‘지젤’, 2005년 ‘마농’과 ‘신데렐라’ 등 전막발레를 가지고 내한했었지만 갈라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1931년 ‘영국 발레의 어머니’ 니네트 드 발루아가 설립한 로열발레단은 파리오페라발레 등 유럽의 주요 발레단과 비교해 역사가 짧다. 하지만 ‘발레계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프레데릭 애슈턴과 드라마 발레를 완성한 케네스 맥밀란 등 걸출한 두 안무가를 앞세워 명문 발레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1961년 소련에서 망명한 루돌프 누레예프가 1970년까지 마고 폰테인과 주역 콤비로 활동하면서 전 세계에 발레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2006년 현대무용 안무가 웨인 맥그리거가 상주 안무가로 임명되면서 컨템포러리 발레로도 스펙트럼을 확장했다.
이번 내한공연은 로열발레단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백조의 호수’ ‘지젤’ 등 클래식 레퍼토리부터 맥밀란의 ‘로미오와 줄리엣’, 맥그리거의 ‘크로마’, 발렌티노 주케티의 ‘아네모이’ 등 11편의 하이라이트가 펼쳐진다. 로열발레단 단원이자 안무가로 활동하는 조슈아 융커의 신작이 LG아트센터에서 세계 초연하는 것도 관심이다. 이번 공연을 위해 세자르 코렐라스, 프란체스카 헤이워드, 나탈리아 오시포바, 바딤 문타기로프 등 세계 최정상 스타 무용수부터 전준혁, 최유희, 김보민, 박한나 등 한국 무용수까지 단원 23명이 내한한다.
성남아트센터 ‘발레 스타즈’…국내 라이징 스타들 주목
성남아트센터는 2020년부터 국내외 유명 발레단에서 활동 중인 정상급 무용수들과 차세대 무용수들이 함께하는 ‘발레 스타즈’를 선보이고 있다. 7월 26~27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리는 올해 ‘발레 스타즈’에는 ‘해적’ ‘지젤’ ‘백조의 호수’ ‘돈키호테’ 등 클래식 레퍼토리의 주요 장면부터 ‘발레102’ ‘클로저’ ‘투 플라이 어게인’ 등 국내에서 만나기 어려운 컨템포러리 발레가 펼쳐진다. 지휘자 김광현이 이끄는 코리아쿱오케스트라의 연주가 춤에 깊이를 더한다.
올해 공연에는 미국 보스턴발레단의 수석무용수 채지영과 솔로이스트 이선우, 독일 드레스덴 젬퍼오퍼발레단의 김수민과 제임스 커비로저,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의 박상원과 레오 헤플러, 핀란드 국립발레단 종신단원 강혜지와 마틴 누도, 폴란드 국립발레단 퍼스트 솔로이스트 정재은과 료타 키타이가 무대에 선다. 이와 함께 올해 스위스 로잔 발레 콩쿠르에서 우승한 박윤재와 지난해 방송한 엠넷 경연 프로그램 ‘스테이지 파이터’ 준우승자 강경호 등 국내 발레계 라이징 스타들이 함께해 참신한 앙상블을 보여줄 예정이다. 1세대 스타 발레리노에서 안무가로 자리매김한 김용걸이 예술감독을 맡아 공연을 이끈다.
박세은의 ‘파리오페라발레 에투알 갈라’, 서울과 대전 개최
지난 2021년 아시아 출신으로는 처음 ‘발레의 종가’ 파리오페라발레 에투알(수석무용수)이 된 박세은은 2022년부터 동료 에투알 및 차세대 주역들과 함께 국내에서 갈라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7월 30일~8월 1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세 번째 갈라 공연에는 박세은을 비롯해 마티외 가니오, 아망딘 알비송, 한나 오닐, 폴 마르크, 기욤 디오프, 블루엔 바티스토니 등 에투알 10명과 프리미에르 당쇠르(퍼스트 솔로이스트) 플로랑 멜라크가 출연한다.
프로그램 구성과 캐스팅을 총괄한 박세은은 파리오페라발레의 전통과 현대를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을 선정했다. 루돌프 누레예프 재안무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전막 하이라이트를 비롯해 ‘호두까기 인형’ ‘파키타’ ‘실비아’ 등 클래식 레퍼토리부터 제롬 로빈스의 ‘인 더 나이트’, 모리스 베자르의 ‘방랑하는 젊은이의 노래’, 웨인 맥그리거의 ‘크로마’ 등 모던 및 컨템포러리 발레까지 다채로운 춤이 A와 B 프로그램으로 나뉘어 선보여진다.
박세은과 동료들은 올해 처음으로 지역으로 향한다. 8월 3일 대전 예술의전당에서도 파리오페라발레 에투알 갈라가 펼쳐진다.
갈라 공연 원조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
지난 2001년 무용평론가 장광열은 해외에서 활약하는 무용수들을 국내에 소개하고 그들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한국을 빛내는 해외 무용스타 초청공연’을 기획했다. 이후 두 차례 격년으로 열다가 2006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는 이 공연은 요즘 많이 열리는 갈라 무대의 원조 격으로, 국내 무용계에서 중요한 행사로 자리 잡았다.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에는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이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시절 출연하는 등 그동안 해외에서 활약하는 한국 무용수 150여 명이 거쳐 갔다. 또한, 평소 무용 공연을 보기 어려운 지역에서도 공연을 추진해 해설과 함께 선보여 왔다.
22회째인 올해는 7월 30일 거제문화예술회관과 8월 2~3일 서울 나루아트센터에서 열린다. 헝가리 국립발레단의 이수빈, 러시아 미하일롭스키 발레단의 임서린, 리투아니아 아우라 댄스 시어터의 이흥원, 전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의 권세현 등이 현지 파트너와 함께 내한한다. 그리고 광주 시립발레단의 황유정-보그단 플로피뉴가 이번 공연에 가세했다. 이들은 ‘백조의 호수’ ‘지젤’ ‘세헤라자데’ 등 다양한 레퍼토리 속 2인무를 선보인다. 이와 함께 조주현 안무 K아츠발레단의 ‘고블린의 춤’과 김재덕 안무 모던테이블의 ‘속도’ 등도 공연된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