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모두, 석유 가격을 낮추라”며 “내가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이란 핵 시설 공습 이후 유가 상승 조짐이 나타나자 후폭풍 차단에 신경 쓰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이같이 밝히며 “당신들은 적의 손바닥 안에서 놀아나고 있다. 그렇게 하지 말라”라고 적었다. 트럼프는 이어 별도의 게시물에 “에너지부: 드릴, 베이비, 드릴. 지금 당장”이라고 적었다. ‘드릴, 베이비, 드릴’은 트럼프가 지난해 대선 당시 미국 내 석유와 가스 시추를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담은 구호다. 두 게시물 모두 유가 상승을 통제하겠다는 트럼프의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이 지난 21일 이란 핵 시설 3곳을 기습 폭격한 직후 국제 유가는 한때 급등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글로벌 벤치마크인 8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한때 배럴당 80달러 이상으로 치솟기도 했다. 이날 이란의 절제된 미군 기지 공격 후 유가는 안정세를 찾았지만, 이란이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실제 봉쇄하면 국제 유가가 다시 천정부지로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가 공격적인 관세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까지 급등하면 미국의 물가는 더욱 불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일으켰다고 공격해왔기 때문에 에너지 비용 상승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백악관은 그동안 에너지 가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케빈 헤 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CNBC 방송에 나와 “다른 산유국들이 상당한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어, 만약 이란이 보복에 나서고 가격이 급등하더라도 조정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