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줄 수 없는 위로·사랑의 교제·본질에 집중하는 교회 돼야”

입력 2025-06-24 07:00 수정 2025-06-24 07:00
미래목회포럼 관계자들이 23일 제주도 제주시의 한 호텔에서 열린 ‘리더십 콘퍼런스’에서 강연을 듣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미래목회포럼의 이상대 이사장, 정성진 고문.

“영적 분별력, 깊은 공감 능력, 기도와 묵상을 통한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 한 영혼을 향한 진실한 사랑과 희생 같은 인간 고유의 영역은 AI(인공지능)가 절대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만큼 AI 시대는 역설적으로 인간 고유의 가치와 교회의 본질을 더욱 부각합니다.”(조훈 카카오 기술수석)

AI 전문가는 혁신을 거듭하며 급변하는 현시대 속, 목회자들이 또 교회가 더욱더 그 존재 목적과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랑과 섬김으로 세상에 희망을 전하고 복음을 전하는 일, 깊은 공감과 위로를 통해 인간과 인간 사이를 연결 짓는 일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미래목회포럼(대표 황덕영 목사)이 23일 제주도 제주시의 한 호텔에서 2박 3일 일정으로 ‘리더십 콘퍼런스’를 진행했다. 콘퍼런스 주제는 ‘AI 혁신의 시대, 목회 리더십’이다.

첫날 콘퍼런스에서는 AI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조훈 카카오 기술수석이 ‘AI 혁신, 일상생활 어디까지’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조 수석은 “신앙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목회자들에게 시대적 변화를 어떻게 이해하고 성도들을 안내해야 할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요구되는 시점이다”며 “AI가 가져올 변화의 파고는 단순히 기술적인 차원을 넘어, 인간의 삶의 방식, 가치관, 그리고 공동체의 모습까지도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조 수석은 AI 기술의 현재를 소개하며 설교 준비를 위한 자료 조사나 신앙 교육 콘텐츠 제작 등에 AI를 활용한다면 사역의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했다. 챗GPT 같은 AI 툴에 “요한복음 15장 포도나무 비유에 대한 칼뱅, 루터의 해석을 비교 분석해달라”고 하거나 “초등부 아이들을 위한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 성경공부 교재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는 식이다.

조 수석은 “AI를 목회 현장에 적용할 때는 항상 ‘AI가 인간 목회자의 사역을 어떻게 보강해 더 나은 섬김을 가능하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중심에 둬야 한다”며 “자원이 부족한 작은 교회들에 AI는 행정 부담을 줄이고 양질의 자료를 생산하는 데 도움을 줘, 목회자가 성도들과의 관계 등 핵심 사역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AI를 통해 확보한 시간을 성도와의 만남이나 심방, 기도 등 더 본질적인 사역에 집중하도록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조훈 카카오 기술수석이 이날 'AI 시대, 교회의 길: 이해, 활용, 그리고 미래 준비'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조 수석은 특히 AI 시대 교회가 기술이 아닌 교회의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AI를 두려워하거나 외면하기보다, 신앙 안에서 분별하고 창조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며 “기술이 급변해도, 복음이 지닌 진리와 희망은 변하지 않는 만큼 교회는 세상에 이 희망을 전하는 본연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감당해야 한다”고 전했다.

조 수석은 AI 시대 교회에 요구되는 역량으로 설교, 소그룹, 세미나 등을 통해 성도들이 AI 정보를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그리고 신앙의 가치를 지키며 하나님 뜻을 구하는 영적 분별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일을 꼽았다. 그는 “AI는 지능을 모방할 뿐, 영혼과 의식, 도덕성을 가질 수 없다”며 “가짜정보와 딥페이크 같은 문제는 진실을 수호해야 할 교회의 사명을 위협하는 만큼 AI와의 피상적 관계가 진정한 공동체적 교제를 약화하지 않도록, 또 인간을 도구화하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이 교회의 역할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황덕영 목사는 강연에 앞선 인사말에서 “AI 혁신은 단지 기술적인 진보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가치관과 공동체의 본질적 모습까지도 바꿔 놓을 수 있기에, 한국교회가 복음의 나침반으로서 이를 지혜롭게 분별하고 준비해야 할 때이다”며 “이번 콘퍼런스를 통해 인공지능 시대 속에서 인간의 삶과 목회의 방향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진단하고, 한국교회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며,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구하는 귀한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래목회포럼 대표 황덕영 목사가 콘퍼런스 개최 취지를 밝히고 있다. 아래 사진은 콘퍼런스 모습.

콘퍼런스는 25일까지 이어진다. 김학중 꿈의교회 목사가 둘째 날 강사로 나서 현재 교회에서 AI를 어떻게 전도, 소통 도구로 활용 중인지 그 실제 모델을 안내한다. 마지막 날에는 미래학자인 안종배 한세대 교수가 ‘인공지능의 목회 선교 활용과 기독교 AI 윤리’를 주제로 강연한다.

콘퍼런스에는 황 목사와 미래목회포럼 이사장인 이상대 서광교회 목사, 고문인 정성진 거룩한빛광성교회 은퇴목사를 비롯해 고명진(수원중앙침례교회) 이동규(청주순복음교회) 목사 등 28명의 미래목회포럼 관계자가 참석했다.

제주 글·사진=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