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이스라엘의 갈등 등으로 중동 전역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한 그리스 정교회 성당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벌어졌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가 배후로 지목되며 유엔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일제히 규탄에 나섰다.
22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다마스쿠스 마르엘리아스교회에서 성찬미사가 진행되던 중 무장 괴한 3명이 난입해 총기를 난사했고 폭발물 조끼를 터뜨렸다. 성당에 모여있던 350여명 중 22명이 사망하고 6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시리아 국영 통신사 SANA는 잔해와 핏자국으로 뒤덮인 예배당내부 사진을 공개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12월 53년간 대를 이어 시리아를 통치했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붕괴한 이후 다마스쿠스에서 발생한 첫 자살폭탄 공격이다. 새 정부는 종교 소수자 보호를 약속해왔으나 국제사회에서는 IS 잔당이 정세 불안을 틈타 활동 재개를 시도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엔 시리아 특사 게이르 오 페데르센은 시리아 임시 당국이 이번 공격의 배후를 IS로 지목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끔찍한 범죄에 분노를 표명한다”며 철저한 조사와 조치를 촉구했다. 미국 시리아 특사 토마스 배럭은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이번 공격을 끔찍하고 비겁하다고 규탄하며 “시리아와 주변 국가에 불안정과 공포를 조성하려는 이들에 맞서 싸우는 시리아 정부를 계속해서 지지하겠다”고 전했다.
튀르키예, 요르단, 이라크, 이스라엘, 그리스, 키프로스,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팔레스타인, 예멘, 오만, 바레인, 우크라이나, 오스트리아, 벨기에, 체코, 네덜란드 등 17개국 외교부도 각각 성명을 내고 이번 공격을 강력히 규탄했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