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 기도실이 있다?…단순 숙소 아닌 영혼의 안식처 추구

입력 2025-06-23 15:41 수정 2025-06-24 16:36
지난 20일 강창수 호텔 AG405 상무가 호텔 입구에서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부산 광안대교를 품에 안은 호텔 AG405. 이곳 이름 ‘AG405’는 찬송가 405장 ‘나 같은 죄인 살리신(Amazing Grace)’에서 따왔다. 이름처럼 이곳은 단순한 숙박 공간을 넘어 지친 영혼들이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참된 쉼과 회복을 누리는 ‘선교 호텔’을 지향한다. 이 특별한 공간을 ‘나의 선교지’라 고백하는 이가 있다. 5성급 호텔에서의 화려한 경력을 뒤로하고 소명의 길을 걷고 있는 강창수(55) 총지배인 겸 상무다. 지난 20일 호텔 10층 레스토랑에서 그의 신앙과 삶의 이야기를 들었다.

“1995년부터 신앙을 갖게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 역시 하나님의 세밀한 인도하심이었죠.”

강 상무의 삶은 2021년 호텔 AG405에 부임하며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그는 자신의 일을 단순한 직장 일이 아닌 하나님이 허락하신 ‘소명’과 성직으로 여긴다. 그의 경영 철학은 확고하다. 바로 ‘하나님 말씀대로 순종하며 사는 것’이다.

“호텔리어의 삶과 신앙은 분리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성경을 읽고 난 후부터 모든 것을 하나님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합니다.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기도하는데 신기하게도 용기를 얻고 나아갈 길을 보게 됩니다.”

그의 이러한 신앙고백은 호텔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특히 목회자와 선교사들을 섬기는 일에 깊은 사명감을 느낀다. 강 상무는 “선교사님들이나 다른 지역 목회자들이 오셔도 편히 쉴 곳이 마땅치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분들이 저희 호텔에 오시면 가능한 한 가장 좋은 객실을 내어드리고 편안한 휴식을 통해 재충전하실 수 있도록 돕는다”며 “다음 날 아침 평안을 되찾은 밝은 얼굴로 ‘여기서는 유독 사역에 대한 이야기가 잘 된다’라고 말씀해 주실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강 상무의 이러한 섬김이야말로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가장 귀한 ‘선교 활동’이라고 믿는다. 그는 “교회에 가서 직접 돕는 것도 선교이지만 제게 허락된 이 호텔이라는 공간에서 지치고 힘든 분들에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내어드리는 것도 하나의 선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과 떨어져 부산에서 홀로 지낸다. 호텔을 총괄하는 삶이 녹록지 않다. 부임 초기 6개월은 제대로 쉬지 못할 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한계에 부딪힐 때마다 그를 붙잡아 준 것은 다름 아닌 기도였다.

호텔 AG405에는 5성급 호텔에도 없는 게 있다. 바로 1인 기도실이다. 강창수 상무가 지하 1층 1인 기도실에서 기도를 하고 있다.

강 상무는 “호텔 지하에 투숙객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1인 기도실이 있다. 힘들 때마다 그곳에서 문을 닫고 기도하면 큰 힘을 얻는다. 하루의 모든 업무를 마치고 호텔 불을 끄기 전, 또 새벽에 나와 불을 켜면서 그곳에 들러 기도하는 시간이 없었다면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고백했다.

호텔 AG405는 총 10층 건물에 62개의 객실이 있다. 3~9층은 층별 ‘컬러쇼룸’이라는 공간을 별도로 만들어 컬러테라피적 요소를 가미했다. 그중 9층은 세계의 성경책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7층 ‘숨겨진 믿음의 공간’에서는 조용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조성했다. 지하 1층은 크리스천 작가들이 작품을 전시할 수 있고 교회 연수나 세미나,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복도엔 24시간 잔잔한 찬송가가 흐른다. 그는 “호텔은 오감을 만족시키는 공간”이라며 “시각적인 깔끔함과 후각적인 편안함은 물론 귀로 들리는 찬양을 통해 고객들이 영적인 안정감과 쉼을 느끼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편안함, 특히 숙면할 수 있는 편안함’이야말로 다른 호텔과 차별화된 AG405만의 가장 큰 자랑이라고 그는 자신했다.

강 상무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큰 은혜를 ‘만남의 축복’이라고 주저 없이 고백했다. 바로 자신을 믿고 호텔의 모든 권한을 맡겨준 김미자 회장과의 만남이다. “회장님을 뵈면서 가장 크게 감명받은 것은 정말 말씀대로 살아가시는 모습이었다. 저에게 온전한 신뢰와 믿음을 주시니 일하는 것이 즐겁고 신이 난다. 하나님께서 왜 저를 이곳으로 보내셨는지 그 이유를 회장님과의 동역을 통해 매일 깨닫고 있다”고 했다.

강 상무는 호텔 경영을 꿈꾸는 크리스천 청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다. 목표가 바로 서면 행동이 달라진다. ‘나의 일’이라 생각하며 책임감과 성실함으로 부딪혀보길 바란다. 젊음이라는 가장 큰 무기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도전한다면 어떤 분야에서든 반드시 성공할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하나님 말씀 안에 거할 때 진정한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의 신앙적 꿈과 삶의 목적은 소박하지만 단단했다. “이제는 조용히 섬기는 삶을 살고 싶다. 하나님 말씀에 순종하며 사는 것, 그것이 제게는 가장 큰 행복이자 비전”이라고 말했다. 강 상무는 오늘도 자신이 서 있는 ‘선교지’에서 하나님의 사랑으로 지친 영혼들에게 가장 편안한 안식을 선물하고 있다.

한편 호텔 AG405는 김미자 회장이 개인적 노하우와 사비를 모두 투자해 심혈을 기울여 만들고 있는 ‘포레스트 AG405’를 내년 초 경기도 여주 북내면(3만5000평)에 수목원 단지로 완공할 예정이다. 단지 안에는 교회를 비롯해 갤러리 도서관 카페 객실 등이 들어선다.

부산=글·사진 정홍준 객원기자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