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사노조 “예술계고 운영 구조 전면 점검 시급”

입력 2025-06-23 13:54

부산의 한 예술계 고등학교에서 재학생 3명이 잇따라 숨진 사건과 관련해 부산교사노동조합이 “이번 비극은 단순한 개인의 고통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의 결과”라며 예술계고와 사학 운영 전반에 대한 성찰과 점검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부산교사노조는 23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예술계 고등학교는 교육과정과 교사 인사에서 학생과 교사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구조가 반복됐고, 이번 사건은 그 누적된 결과일 수 있다”며 “예술계 특수학교와 사학의 운영 방식 전반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노조는 “최근 전공 강사 교체로 인해 수업의 연속성이 무너지고 학업 스트레스를 호소한 정황이 있다”며 “교사 인사 절차의 투명성과 수업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학생들의 정체성과 진로가 위협받는 구조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술계 교육은 전공 중심의 실기 수업이 핵심이기 때문에 강사와의 관계와 수업의 지속성이 학생 개개인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노조는 교육부와 부산시교육청에 △사안에 대한 신속하고 공정한 진상조사 시행 △예술계고 강사 고용 안정성과 인사 투명성 보장 △정서적 고립을 막을 심리 지원 체계 확충 △이번 사건을 구조적 문제로 진단하고 제도 개선에 즉각 착수 등의 조치를 요구했다.

또 노조는 “강사 교체나 수업 방식 변화가 단순 행정 결정으로 이뤄지지 않도록, 학생과 교사의 의견이 반영되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며 “교육 주체의 참여가 배제된 결정이 반복될 경우 제2의 비극을 막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시교육청은 현재 해당 학교에 장학사를 파견해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교사 채용, 수업 운영, 의사결정 구조 전반에 대한 특별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특히 오랜 기간 임시이사 체제와 정이사 체제가 반복된 운영 불안정성이 교육 환경에 미친 영향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교육부도 이날부터 해당 학교 내에 특별상담실을 설치하고, 전체 재학생을 대상으로 심리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자살예방센터와 정신건강 전문의 등 외부 전문가들도 함께 투입됐다.

교사노조는 “이번 사건이 특정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예술계 특수학교 전반과 사학 운영 구조에 내재된 문제임을 직시해야 한다”며 “교육 당국은 학생의 존재를 지킬 수 있는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재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