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울산시 AI 찬스 덕봤다

입력 2025-06-23 12:50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AI 데이터센터 출범식’에 참석해 “AI 세계 3대 강국 진입”을 선언했다. 정부는 향후 5년간 100조원을 투입해 인공지능(AI) 대전환을 이끌겠다는 구상을 밝히며, 그 출발점으로 산업화 성공을 이끈 울산을 선택했다.

SK그룹과 아마존웹서비스(AWS)가 공동 추진하는 울산 AI 데이터센터는 총 7조원 규모의 민간 투자가 이뤄지는 국내 최대급 AI 인프라다. 단일 도시 기준으로는 최대 규모로, 정부의 디지털 인프라 확대 기조와 맞물려 AI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발언에서 울산시의 기여가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23일 지역 정가에서는 “AI 산업의 첫 실행지가 울산임에도 정부가 지방정부의 기여를 지나치게 간과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 상황을 깔딱고개에 비유하며 대한민국 AI 대전환의 성공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발언 중간에 “우리 SK 회장님, 애썼습니다”라며 민간 기업의 노고를 치하했지만, 지난 2년간 협상과 행정 지원을 이끈 울산시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실제 이 사업은 김두겸 울산시장이 ‘분산에너지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며 시작됐다. AWS는 애초 호주 내 기존 데이터센터 확장을 검토했으나, 울산시는 2023년 말부터 SK와 AWS 측과 20여 차례 협의를 진행하며, 유치에 나섰다. 이후 지난해 1월 미국 휴스턴에서 투자 협약을 체결했고, 올해 초에는 전담 공무원을 지정해 인허가를 비롯한 제반 행정 절차를 조기에 마무리했다.

시는 단순한 인프라 유치에 그치지 않고, 향후 전력 수용 용량을 1GW까지 확장해 데이터 학습·운영·활용 기능이 통합된 고밀도 AI 클러스터를 도시 차원에서 구축할 계획이다. 시는 이를 통해 울산을 ‘AI의 수도’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김 시장은 출범식에서 이 대통령에게 울산시가 추진 중인 국내 첫 ‘수중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을 소개하며 “사업비가 커서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황인데, 큰 관심으로 지원을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울산시의회 한 의원은 “지방정부가 먼저 밥상을 차렸는데, 정부가 숟가락을 들고 와 주인 행세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라며 “국가 전략이라는 이름 아래 지역의 기여가 묻히지 않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