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31년간 기독교 교육 사역에 힘써온 장은혜(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파송·64) 선교사가 올해 스크랜턴상을 수상했다. 스크랜턴상은 유나이티드문화재단과 이화여대 의과대학 동문회가 이웃사랑과 생명존중에 앞장선 여성에게 주는 상이다.
최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장 선교사는 “140여년 전 우리나라에 온 많은 선교사님이 복음 전파의 열매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는데 나는 제자들이 자라는 모습도 보고 모교에서 주는 상까지 받을 수 있어 감격스럽다”는 소감을 밝혔다.
장 선교사는 이화여대 재학 시절 복음을 접했고 졸업반 때 남편 박종국 선교사를 만나 함께 세계 선교의 꿈을 꿨다. 1993년 총회세계선교회(GMS)에서 파송 교육을 받던 중 에티오피아에 대해 듣고 현지 탐방을 떠났다. 당시 호텔에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척박한 곳에서 초가집에 모여 기도하는 현지인들을 만났다.
“칠흑같이 깜깜한 밤이었어요. 기도하는 청년들의 얼굴이 달빛에 밝게 빛나던 모습을 아직도 잊지 못해요. 절박한 마음으로 예수님에 대해 알려달라는 모습을 보고 이곳에 와야겠다고 결심했죠.”
이듬해 정식 파송을 받은 후 무슬림 지역 짐마에서 신학대학을 세우고 학생들을 가르쳤다. 장 선교사가 가르쳤던 아이들은 현지 교단 지도자로 성장하는 등 신실한 그리스도인이 됐다. 남편 박 선교사는 미전도종족을 찾아다니며 우물을 파주고 교회를 개척했다.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와서는 에티오피아복음주의신학대 에티오피아신학대학원에서 강의했고 현재는 아디스아바바국립대학에서 여성개발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전국에서 모이는 유능한 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신학대에서 일반 국립대로 왔다”라며 “이곳에서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은 3년간 의무적으로 공무원 생활을 해야 한다. 기독교 가치관을 가진 학생들이 곳곳에서 좋은 정책을 펼치면 에티오피아가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선교사는 부상으로 받은 상금을 아디스아바바에서 2시간가량 떨어진 미전도 지역에 선교센터를 세우는 데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유치원과 신학교 등 교육시설도 세워나갈 예정이다. 그는 “내 제자들이 전도한 청년이 에티오피아 총리(현 아비 아머드 총리)가 되는 등 복음의 물길이 계속 흘러가는 것을 보고 있다”며 “내가 한국교회와 기독교 학교에서 받은 복음과 혜택을 에티오피아 학생들에게도 계속해서 물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