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시설 3곳을 폭격하면서 중동 분쟁이 확전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정부는 ‘핵무기 억제를 위한 제한적 타격’이라고 해명했지만,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에 미국이 본격 개입하면서 전면전 가능성은 더 커졌다.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는 사일렌이 하루에도 몇 차례 울려 퍼진다.
한인이 이끄는 예루살렘중앙교회(서영주 목사) 성도들은 방공호로 몸을 피한 채 예배를 드리고 있다. 거친 포화 속에서도 ‘복음’과 ‘샬롬’을 노래하며 기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사일렌과 공습 소리 속에 몸을 숨기며 예배를 인도하는 서영주 예루살렘중앙교회 목사는 현지의 긴박한 상황과 교회의 기도를 국민일보에 전했다. 그의 육성을 그대로 싣는다. 다음은 전문.
이스라엘 현지에서 전합니다. 오늘 2023년 10월 7일 시작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이후 현재까지의 상황과, 교회 및 선교 현장에 나타난 변화에 대해 나누고자 합니다.
이번 사태는 이란과 직접 맞닿아 있지 않은 이스라엘의 지정학적 특성상, 이란이 직접 공격하기보다는 하마스와 헤즈볼라 같은 이른바 ‘대리 세력’을 통해 이스라엘을 지속적으로 위협해 온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지난 수개월간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거의 제거하는 수준까지 대응을 이어왔고, 현재 남은 주요 위협은 이란의 핵개발 가능성입니다.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핵무기 보유가 이란의 직접적인 위협 수단이 되기 때문에, 이를 저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국민들은 자녀와 가족의 희생이라는 큰 고통 속에서도, 국가 안보와 존립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전쟁 수행을 지지하는 여론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땅은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회복을 논의할 때에도 전쟁으로 인해 다시금 고통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평시에는 매년 700만 명가량의 성지순례객이 이곳을 찾았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성지순례팀이 방문해 이스라엘과 유대인, 팔레스타인, 아랍 주민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선교적 사명을 새롭게 하곤 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여행객이 급감하면서 자연스럽게 현장 방문 선교와 교육, 직접 전도의 기회가 크게 줄었습니다.
또한 전시 상황에 따라 실내 모임은 30명 이하로 제한되고 방공호가 설치된 장소에서만 모임이 가능하기 때문에, 교회 예배조차 자유롭게 드릴 수 없는 형편입니다. 현지 교회들은 공식 예배처 대신 소규모 가정 예배, 온라인 줌 예배로 전환해 공동체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예배 중에도 공습경보가 울리면 즉시 방공호로 대피해야 하는 상황이 일상화됐습니다.
전쟁과 안전 규제로 인해 기존의 대규모 집회나 센터 사역, 현장 강의 중심의 전통적인 사역 형태는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대신 현지인들의 실질적 필요를 채우는 ‘맞춤형 사역’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와 선교사들은 특히 방공호 정비, 소외계층 음식 지원, 푸드박스 배포 등 인도적 지원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거리에서 찬양을 통해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주민을 위로하고, 방과 후 프로그램이나 가난한 이웃을 돌보는 활동이 주요 사역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한인들의 피란 현장은?
현재 이스라엘 내 한인 공동체는 대사관과 한인회의 지원으로 1차로 요르단으로 피난했고, 이어 2차로 이집트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약 50여 명이 이집트로 넘어가며, 이 중 절반 정도는 곧바로 한국으로 출국하고 나머지 절반은 이집트에 머문 뒤 2주 정도 후에 다시 이스라엘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일부에서는 “왜 위험 지역으로 다시 돌아가느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이곳에서 장기간 거주해온 교민들의 삶과 자녀 교육 현실 때문입니다. 특히 대학생들은 남은 시험 일정으로 인해 즉시 한국으로 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 수업은 온라인 줌으로 진행되지만, 학기 마무리와 시험 응시를 위해서는 반드시 현지에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저를 비롯해 청년들과 일부 사역자들이 이번에 동행해 피난길에 오릅니다. 이스라엘과 트럼프 정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작전 기간이 약 2주가량으로 예상되는 만큼 가장 위험한 시기를 잠시 피하고 돌아오려는 계획입니다.
예루살렘이나 텔아비브가 위험하다고 하지만, 방공호와 연결된 주거지에 머무는 것이 오히려 더 안전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다만, 피난길 자체가 새벽부터 시작돼 긴 이동이 필요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동 중 안전이 더 큰 변수로 작용합니다. 이런 사정으로 이동을 선택하지 않은 교민들도 상당수 있습니다.
전쟁이 계속되며 일상은 많이 흐트러졌지만, 여전히 현지에 남아 사역을 이어가는 분들도 있고, 생업과 학업을 이어가기 위해 반드시 돌아와야 하는 청년들도 있습니다. 저 역시 학생들을 인솔해 안전하게 이집트에 머물고,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가장 큰 기도의 제목은 이번 일정이 안전하게 마무리되는 것과 함께, 이 땅의 전쟁이 속히 끝나 평화가 찾아오는 것입니다.
무차별 테러가 공존하는 곳
이곳 이스라엘은 선진국 수준의 치안과 안전망이 갖춰져 있으나, 무차별 테러의 가능성은 상존합니다. 특히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장이나 올드시티, 성지 등에서의 돌발 테러가 가장 큰 위험 요인입니다.저는 전쟁 초기부터 국방청 옆 인질 가족들과 지인들이 모여 기도회를 이어왔습니다. 그곳에서 함께 찬양하고,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유대인들을 위로했습니다. 그때마다 ‘이사야 40장 1절 내 백성을 위로하라, 위로하라’는 말씀으로 만든 노래나 축복송들을 함께 부르며 하나님께 간구했습니다.
그런데 기도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출발하자마자 바로 미사일이 상공에서 요격되는 상황을 맞닥뜨렸습니다. 사일렌(공습경보)을 듣지 못해 미처 대피하지 못한 채, 차를 길가에 세워놓고 긴장된 마음으로 하늘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머리 위로 터지는 엄청난 폭발음은 상상 이상이었고 그 울림은 온몸으로 전해졌습니다.
그 순간 정말 경험하고 싶지 않은 두려움이 마음 깊이 몰려왔습니다. 함께 있던 사람들도 공포에 질려 몸을 웅크리고 떨고 있었습니다. 이 광경을 보며 ‘가자지구에 사는 사람들은 매일 저런 두려움과 공포 속에 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느낀 공포와 긴장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이런 방공호 경험은 일상에서도 반복됩니다. 방공호로 들어가면 어린 아이들이 울음을 터뜨리고, 부모들은 안절부절 못하며 아이를 달랩니다. 전쟁이 주는 정신적 트라우마가 얼마나 큰지,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뼈저리게 깨닫게 됩니다. 또 올드시티 안에서는 유대인과 아랍인, 경찰 간 충돌하는 모습이 종종 보입니다. 그럴 때마다 어느 편을 들어야 할지 설명조차 쉽지 않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 갈등이 어떻게 풀릴까’ 생각하지만 뚜렷한 답이 보이지 않을 때는 더욱 답답함을 느낍니다.
샬롬의 평화가 깃들길
이스라엘을 향한 국제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복잡하고, 안티세미티즘(반유대주의)은 기독교권 내에서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유럽권 기독교인들 중에는 유대인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역사적으로 유대인들은 19세기 초부터 이 땅으로 귀환하기 시작했고, 독립 이전에도 팔레스타인 주민과 함께 거주해 왔습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측에서는 이를 부정하거나 유대인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시각이 여전히 큽니다. 서로의 역사와 신앙 전통을 보다 정확히 배우고 이해할 때에만 이 땅의 깊은 갈등은 조금이라도 풀릴 수 있을 것입니다.
‘샬롬(평화)’의 히브리어 어원에는 ‘대가를 지불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이미 모든 대가를 지불하셨기에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모두가 복음 안에서 하나 되어 이 땅에 참된 샬롬이 임하기를 소망합니다.
하나님은 이곳에서도 놀라운 일들을 이루고 계십니다. 많은 랍비들이 은밀히 그리스도를 고백하며 아랍 크리스천들 또한 복음 안에서 새로운 소망을 품고 있습니다. 기독교인들이 편견을 넘어 이 지역과 유대인,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동일한 선교의 대상으로 품고 기도와 관심을 이어가 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