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군의 공습 이후 이란 핵 농축 시설들이 “완전히, 철저히 파괴됐다”고 선언했지만 파괴 규모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란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3곳에 대한 공습 중 이스파한에서는 벙커버스터(GBU-57)가 사용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왔다.
CNN은 22일(현지시간) “이 작전에서 타격 대상이었던 다른 두 곳과는 달리, 이스파한 시설에는 B-2 스텔스 폭격기의 벙커버스터가 사용되지 않았다”며 “작전 대상이었던 세 곳의 시설 중 하나에 대해서는 미국이 가장 강력한 폭탄 사용을 자제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작전이 완수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파한에는 이란이 농축한 핵 물질의 약 60%가 지하에 저장돼 있는 것으로 미 정보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군사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는 CNN에 “이것은 불완전한 타격”이라며 “만약 이번이 전부라면 이스파한의 지하에 보관된 고농축 우라늄은 손도 대지 않고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스파한의 지하 시설이 건재할 경우 이란은 여전히 핵무기 개발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이번 공습의 핵심 목표인 산악지대 포르도는 정밀 타격을 받은 것으로 관측된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벙커버스터가 포르도의 핵 시설 환기구를 정밀 타격한 것으로 보도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핵 전문가 조셉 로저스는 NYT에 “해당 구조물 주변을 정밀 타격했다는 것은 미국이 해당 지점을 구조적 약점으로 판단한 첩보를 보유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포르도 핵 시설은 이란 핵 프로그램의 핵심 시설이다. 이란은 2009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이 시설 존재를 인정하며 원심분리기 3000기를 설치할 수 있는 규모라고 밝혔고, 최근 IAEA 보고서는 원심분리기 2700기가 실제 설치됐다고 분석했다.
미군은 본토에서 이란으로 날아간 B-2 폭격기 7대 중 6대를 이용해 벙커버스터 총 12발로 포르도를 공격했다. 포르도를 촬영한 위성 사진에서는 지상에 있는 큰 건물 주변으로 잔해가 보이지만 지원 역할을 하는 건물들은 온전한 상태로 보인다. 미군이 지하에 있는 우라늄 농축 시설 자체를 직접 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도 전날 핵 시설 공습 후 “포르도는 끝장났다”고 밝혔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은 포르도 우라늄 농축 시설과 관련해 “얼마나 큰 피해가 있었는지 파악하는데 몇 주가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사무총장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브리핑에서 포르도 핵 시설 피해 상황과 관련 “현 시점에서 IAEA를 포함해 그 누구도 포르도의 지하 피해 상황을 평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란은 IAEA에 세 시설 모두에서 시설 외부의 방사능 수치 증가가 없었다고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이란은 주요 핵 시설의 농축 물질을 미리 다른 장소로 이전해 이번 공습으로 피해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