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동포 이민지(28·하나금융그룹)가 20개월간 이어진 우승 갈증을 메이저 대회에서 풀었다.
이민지는 23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프리스코의 필즈랜치 이스트 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총상금 1200만달러)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2오버파 74타를 쳤다.
최종합계 4언더파 284타를 기록한 이민지는 재미동포 오스턴 김(미국)과 짠네티 완나센(태국)의 추격을 3타 차 공동 2위(최종합계 1언더파 287타)로 따돌리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23년 10월 경기도 파주시 서원밸리CC 서원힐스코스에서 열렸던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 이후 20개월 만에 맛보는 LPGA투어 통산 11승째다. 메이저대회 우승은 2021년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2022년 US여자오픈에 이어 세 번째다.
이민지는 오는 8월에 열리는 AIG 여자오픈 또는 내년 셰브론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다.
우승 상금 180만 달러(약 24억 8000만 원)를 획득한 이민지는 단숨에 시즌 상금 순위 1위(261만124달러)로 올라섰다. 시즌 CME 포인트 순위도 11계단 올라 2위가 됐다.
지난해 상금랭킹 43위로 2015년 데뷔 이후 최악의 시즌을 보냈던 이민지는 메이저 대회 우승으로 다시 최정상급 선수로 부활했다.
이민지는 지난해 퍼팅 부진에 시달리며 상금랭킹 43위로 2015년 데뷔 이후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그랬던 그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게 된 결정적 원동력은 취약점인 2m 이내 짧은 퍼트를 보완하기 위해 빗자루 형태의 브룸스틱 퍼터를 시즌 개막전부터 들고 나오면서 부터다.
이민지는 ‘브룸스틱 퍼터를 좀 더 일찍 사용했더라면 좋았을 거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꼭 그렇지는 않지만 지금 퍼터가 나를 위해 일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단하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지노 티띠꾼(태국)에게 3타 앞선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이민지는 강한 바람과 빠르고 단단한 그린에 고전하며 6번 홀까지 3타를 잃었다. 다행히도 티띠꾼도 타수를 잃는 바람에 선두는 유지됐다.
그러는 사이 한참 뒤처져 플레이 하던 오스턴 김과 완나센이 타수를 줄이며 추격했다. 그러자 이민지는 14번(파5)과 15번 홀(파4) 연속 버디로 4타 차까지 달아났다. 16번 홀(파4)에서 1타를 잃었지만, 마지막 2개 홀을 파로 막으면서 우승을 확정 지었다.
이날 1타를 줄인 이와이 치사토(일본)가 3오버파로 부진한 티띠꾼과 함께 공동 4위(최종합계 1오버파 289타)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 선수 중에선 최혜진(25·롯데)과 이소미(26)가 공동 8위(최종합계 3오버파 291타)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최혜진은 시즌 5번째 ‘톱10’이다. 또 셰브론 챔피언십 공동 9위, US여자오픈 공동 4위에 이어 이번 시즌 출전한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톱10’ 입상이다.
이소미는 시즌 3번째 ‘톱10’ 입상이다. 마이어 클래식 3위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톱10’으로 가파른 상승 곡선이다. 또 메이저 대회로는 개인 통산 첫 ‘톱10’ 입상이다.
마지막 날 2타를 줄인 신지은(33)은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27·하나금융그룹) 등과 함께 공동 12위(최종합계 5오버파 293타)로 대회를 마쳤다.
KLPGA투어를 건너 뛰고 출전한 황유민(22·롯데)과 방신실(20·KB금융그룹)은 각각 공동 19위(최종합계 6오버파 294타), 공동 23위(최종합계 7오버파 295타)의 성적표를 받아 쥐고 귀국길에 올랐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