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 시설 폭격 이튿날인 22일(현지시간) 이란의 정권 교체(Regime Change)까지 언급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과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이란이 보복할 경우 더 강력한 응징을 거론하는 등 양면 작전으로 압박하고 있다. 이란의 보복 공격과 전쟁 장기화를 우려하는 미국 내 반발을 누그러뜨리려는 전략으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에 “정권 교체라는 표현은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을 수 있지만 만약 현재 이란 정권이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정권 교체가 일어나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라며 “MIGA(MAKE IRAN GREAT AGAIN·이란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었다. 트럼프는 별도의 게시물에서는 “이란의 핵 시설 피해는 기념비적이라고 한다”며 “타격은 강력하고 정확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 고위인사들은 미국의 공습 목적이 이란의 정권교체가 목적이 아니라고 했지만 트럼프는 한발 더 나아가 정권교체까지 언급한 것이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이날 오전 국방부 브리핑에서 “이번 임무는 정권교체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프로그램이 부과하는 국가적 이익에 대한 위협을 무력화하는 정밀 작전을 승인했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도 이란의 보복에는 더 강력한 맞대응을 예고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이 원하면 내일이라도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이란이 계속해서 핵무기 보유국이 되고자 한다면 난 그게 정권을 위태롭게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J.D. 밴스 부통령도 ABC뉴스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전쟁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서 “우리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전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만약 이란이 우리 장병들을 공격하거나 핵무기를 만들려고 계속 시도하기로 한다면 우리는 압도적인 무력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밴스 부통령은 미국이 중동에서 또 다른 장기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우리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파괴하기 위해 매우 좁고 제한적인 접근을 택했다”며 “대통령은 그 누구보다 더 군사 분쟁의 장기화를 걱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 시설 공격이 ‘전쟁’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법적 논란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헌법에서 전쟁을 ‘선포할 권한’은 연방 의회에 있다. 민주당은 이번 공격이 선전포고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팀 케인 상원의원은 이날 CBS 방송에 나와 “이것은 트럼프의 결정에 따라 미국이 자발적으로 뛰어든 전쟁”이라며 “국가 안보에 긴박한 이유도 없으며, 의회의 토론이나 표결도 없이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에서는 전쟁이 아니라 제한된 군사 작전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루비오 장관은 폭스뉴스에서 “(이번 공습은) 이란과의 전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NBC방송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헌법 2조에 따라 군 통수권자(commander in chief)로서 충분한 권한을 갖고 있다”며 “의회는 전쟁을 선포하거나 예산을 끊을 수는 있어도, 군을 지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