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 수장 “포르도 지하 상황 몰라…방사능 유출 확인 안돼”

입력 2025-06-23 06:20 수정 2025-06-23 10:17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핵시설 공격에 반대하는 시민들. EPA연합뉴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22일(현지시간)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에 따른 외부 방사능 수치 증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이란의 핵심 우라늄 농축시설인 포르도 지하 핵시설의 피해 상황은 알 수 없다며 향후 피해 발생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날 미국 뉴욕에서 이란 요청으로 소집된 긴급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브리핑에서 이란 핵시설 상황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포르도, 이스파한, 나한즈 등 이란 핵시설 3곳을 공습한 뒤 “매우 성공적 공격을 완료했다”며 “포르도는 끝장났다”고 밝힌 바 있다.

그로시 사무총장에 따르면 포르도 핵시설의 경우 큰 구멍(crater)이 확인됐다. 관통 폭탄을 사용했다는 미국의 발표 내용과도 일치한다는 게 그로시 사무총장 설명이다.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은 이른바 ‘벙커버스터’로 불리는 공중투하용 초대형 관통 폭탄 14발을 투하했다고 밝혔다.

포르도 핵시설은 이란 곰주(州)의 천연 요새 산악지역에 위치한다. 깊이는 80~90m로 추정된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하의 피해 상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현시점에서 IAEA를 포함해 그 누구도 포르도의 지하 피해 상황을 평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 전(왼쪽)과 후를 비교한 위성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이스파한 핵시설 또한 피해를 본 것으로 보인다고 그로시 사무총장은 밝혔다. 이스파한 핵시설 중 우라늄 변환과 관련된 일부 시설, 농축물질 저장용 터널 입구 등도 공격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나탄즈 핵시설은 핵연료 농축시설이 재차 공격을 받았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미국이 이곳에도 관통 폭탄을 사용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은 IAEA에 세 시설 모두에서 외부 방사능 수치 증가는 없었다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핵시설에 대한 무력 공격은 결코 발생해서는 안 되며, 공격 대상 국가는 물론 주변 국가로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 방사선 누출을 일으킬 수 있다”며 “안보리가 지지해준다면 IAEA는 기존 안전조치 사찰단과 별개로 핵 안전 및 안보 전문가를 이란에 보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추가 공격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이란에 있는 IAEA 사찰단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적대행위가 중단돼야 한다”며 “이란이 핵물질과 장비를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어떠한 특별 조치라도 이란의 안전조치 의무와 IAEA에 따라 수행될 수 있다. 이는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