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걷어붙인 ‘온건파’ 의대생·전공의… 정치권 접촉 본격화

입력 2025-06-22 18:42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문숙의학관에서 대한의료정책학교 특별 초청 대담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김 비대위원장은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의료대란 해결 방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최현규 기자

의대생·전공의들이 의·정 갈등 사태 해결을 위해 정치권과의 대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동안 강경파에 눌려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온건파들이 전면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료계 대표 단체인 대한의사협회는 물론이고 전공의 단체, 의대생 단체 등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에도 의·정 갈등 해소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자 직접 팔을 걷어붙인 것으로 보인다.

대한의료정책학교(의료학교)는 22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의대에서 ‘전공의·의대생에게 듣는 의료대란 해결 방안’을 주제로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의 특별 초청 대담을 열었다. 의료학교는 사직 전공의와 의대생이 모여 의료 정책을 논의·연구하는 단체로, 온건파를 주축으로 구성된 단체로 평가된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 “지난 정부에서 의료 개혁을 추진했었고, 사실상 실패했다”며 “저희가 너무 거칠었고, 그 과정에서 (의료계) 구성원과 국민에게 피해를 줬다.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과 가진 오찬에 대해 “야당 비대위원장으로서 (대통령에게) 전공의 의대생 복귀 문제에 대해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이에 대한) 답변 말씀은 없었다”고 전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문숙의학관에서 대한의료정책학교 특별 초청 대담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이날 대담에선 의·정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그간의 논의 상황을 공유해달라는 요청이 쏟아졌다. 의대생·전공의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를 통해 정보 공유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2024학번 의대생은 김 비대위원장을 향해 “지도부를 제외한 일반 학생은 유의미한 정보를 전혀 접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자신을 2025학번이라고 소개한 의대생도 “여당, 야당, 정부와 모두 따로따로 논의하는 상황이라 진척이 없다”고 지적했다.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서둘러 복귀할 수 있도록 정부·국회가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본과 4학년이라고 소개한 한 의대생은 “본과 4학년이 돌아가지 못하면 본과, 예과 줄줄이 더블링·트리플링이 발생한다”며 “7월 초에는 결론이 나야 저희가 정상적으로 내년 학사일정에 따라 진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새정부가 학사 유연화 조치를 (전향적으로)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다른 의대생은 미복귀 강경 투쟁에 대해 “(정부와 의료계 사이의) 비효율적인 마찰이 발생하는 이유는 (정부를 향한) 불신 때문”이라면서 “의료계 안에서도 노동조합같이 법제화된 투쟁 수단이 없다. 비효율적이지만 어쩔 수 없는 전략적인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초당적인 협조를 약속했다. 그는 “의료 문제는 진보 보수를 떠나서 조속히 원점으로 되돌리고 일상 회복하기 위해서 큰 틀에서 방향은 같다”며 “여·야가 힘을 모으는데 야당도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