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날 다시 찾도록 하겠다.”
옥태훈(27·금강주택)이 제68회 한국프로골프(KPGA) 선수권대회(총상금 16억원) 첫날 1라운드 때 8타를 줄여 단독 선두에 올라 인터뷰를 마친 뒤 기자실을 떠나면서 남긴 말이다.
옥태훈이 그 약속을 지키며 자신의 시대를 활짝 열어 젖혔다. 옥태훈은 22일 경남 양산시 에이원CC(파71·7142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보기없이 이글 1개와 버디 7개를 쓸어 담아 9언더파 62타를 쳤다.
최종 합계 20언더파 264타를 기록한 옥태훈은 2018년 KPGA투어 데뷔 이후 첫 우승을 거뒀다. 그것도 최고의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 오브 메이저 대회서 거둔 것이어서 기쁨은 배가 됐다.
옥태훈은 데뷔 이후 125개 대회 만에, 데뷔 이전 출전 대회까지 더하면 131번째 대회에서 생애 첫 승의 감격을 누렸다. 이전 최고 성적은 2021년 비즈플레이 전자신문오픈, 지난해 골프존-도레이오픈, 올해 4월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 준우승이다.
2022년 8월 제주도에서 열린 인터내셔널 시리즈 코리아에서 1승이 있지만 당시 대회는 아시안투어 주관으로 열렸다.
우승 상금 3억2000만 원을 획득한 옥태훈은 시즌 상금 1위(6억1945만 원), 제네시스 포인트도 1300점을 추가해 1위(3940점)로 올라섰다. 5년간 KPGA투어 시드도 보너스로 챙겼다.
옥태훈은 대회 1라운드에서 8타를 줄여 단독 1위에 자리했다. 그러나 2라운드에서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3라운드에도 3타를 줄이는데 그쳐 캐나다 동포 신용구(33·금강주택)에게 선두를 내줬다.
2타 차 공동 2위로 최종 라운드에 들어간 옥태훈은 2번 홀(파4) 첫 버디로 역전 우승의 서곡을 울렸다. 3번 홀(파5)에서는 66m 지점에서 친 두 번째샷이 이글로 연결되며 기세를 올렸다.
6번 홀(파3)에서 6m 넘는 거리의 그린 주위 러프에서 친 칩샷 버디를 시작으로 9번 홀(파5)까지 4개홀 연속 버디를 잡아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전반 9개 홀을 자신이 보유한 KPGA투어 9홀 최저타수 기록과 타이인 29타로 마치면서 우승에 한 걸음 바짝 다가섰다. 옥태훈은 지난해 골프존-도레이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9홀 29타를 기록했을 정도로 몰아치기에 능하다.
승기를 잡은 옥태훈은 13번(파5), 14번 홀(파4) 연속 버디로 20언더파를 채우면서 사실상 우승을 확정지었다. 그 때까지 2위권과의 타수는 4타 차이였다. 이후 최대 승부처인 마지막 4개홀을 파로 마무리하면서 우승을 확정지었다.
옥태훈은 “오늘 침착하게 내 플레이만 하자고 생각했다. 아침에 거울을 보며 ‘난 할 수 있다’만 생각했는데 잘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힌 뒤 “꾸준한 선수가 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하루에 8타를 줄이는 무서운 뒷심을 발휘한 김민규(24·종근당)은 최종합계 17언더파 267타로 단독 2위에 입상했다. 통산 2승에 도전한 신용구는 3타를 줄이는데 그쳐 3위(최종합계 16언더파 278타)로 대회를 마쳤다.
‘베테랑’ 문경준(42·NH농협)과 조민규(36·우리금융그룹)이 공동 4위(최종합계 13언더파 271타)로 대회를 마쳤다. 최진호(41·코웰)는 5타를 줄여 DP월드투어서 활동중인 왕정훈(30) 등과 함께 공동 7위(최종합계 11언더파 273타)에 입상했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