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팍걸’박희영, 더헤븐 마스터즈 2라운드 직후 은퇴 선언…20년 프로 생활 마감

입력 2025-06-22 16:28
22일 경기도 안산시 더헤븐CC에서 열린 KLPGA투어 더헤븐 마스터즈 2라운드를 마친 뒤 20년 프로 생활 은퇴를 선언한 박희영. KLPGA

‘휘팍걸’로 불리는 선수가 있었다. 강원도 평창 소재 휘닉스파크골프장에서 열린 대회서 유독 강세여서 붙여진 닉네임이다.

2003년부터 2년간 국가대표를 지낸 뒤 2004년 아마추어 자격으로 출전한 하이트컵 우승자 자격으로 그 이듬해에 프로로 전향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4승,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3승을 거둔 박희영(38)이다.

‘세리키즈’의 선두 주자로 명성을 날렸던 박희영이 22일 은퇴했다. 경기도 안산시 더헤븐CC(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더헤븐 마스터즈 2라운드를 끝으로 20년간 프로 생활을 마무리했다.

2005년에 KLPGA 투어 신인왕을 차지한 박희영은 2008년부터는 주로 미국에서 활동했다. 2011년 시즌 마지막 대회인 CME그룹 타이틀홀더스에서 LPGA투어 데뷔 첫 승을 거두었다. 당시 95전96기만에 감격의 마수걸이 우승을 거둔 뒤 그가 감격의 눈물을 쏟아냈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박희영은 경기도 안양 대림대학 교수(사회체육학과)인 아버지 박형섭씨의 권유로 초등학교 4학년 때 골프에 입문했다. 현재 KLPGA투어서 엄마 골퍼로 맹위를 떨치고 있는 동생 박주영(34·동부건설)과 자매 골퍼로도 유명하다.

이날 열린 조촐한 은퇴식에는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이 참석했다. 박희영은 “시원섭섭하다”라며 “은퇴한 선배 언니들이 어제 전화해서는 은퇴 경기 때 많이 울었다길래 안 울려고 했는데 18번 홀 마치고 나오는데 부모님을 보니까 눈물이 저절로 나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18번 홀 그린 밖에 기다리던 동생 박주영이 안아줬을 때도 눈물을 비췄다. 은퇴식에는 2019년에 결혼한 남편도 참석했다.
22일 경기도 안산시 더헤븐CC에서 열린 KLPGA투어 더헤븐 마스터즈 2라운드를 마친 뒤 20년 프로 생활 은퇴를 선언한 박희영이 동생 박주영 모자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KLPGA

슬하에 2살 아들과 오는 11월에 출산 예정인 둘째를 임신중이다. 그는 “둘째 아이를 임신하면서 은퇴를 생각하게 됐다. 첫째를 키우면서 아이를 남에게 맡기고 연습하러 다니고 대회에 출전하는 생활이 쉽지 않았다”라며 “투어프로는 어떻게 보면 나만을 위해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이제는 가족을 위해 살아야 할 때라고 느꼈다”고 은퇴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서 태극기를 휘날리면서 우승 축하를 받았던 게 제일 좋았다”라며 “나만 해도 나라를 대표해서 뛴다는 느낌이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박희영은 가장 기억에 남는 우승으로 5년전인 2020년 ISPS 한다 빅 오픈으로 꼽았다. 그는 “이제 우승이 힘들다 싶어서 거의 포기했을 때 찾아온 우승이었다”라며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면 나이를 떠나서 우승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을 먹게 한 우승이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희영은 골프 지도자로서 인생 2막을 살겠다는 향후 청사진도 밝혔다. 그는 “지금도 골프에 대한 열정만큼은 변함이 없다. 아직도 골프장에 오면 설렌다”면서 “못 치면 속상하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은 아직도 크다”고 했다.

지도자로 제2 인생을 살고자 하는 목적이 어린 선수들이 시행착오를 줄이고 더 행복하게 골프에 정진하도록 하는 것에 있다고 밝힌 박희영은 “다만 내가 경기만 했지 누굴 가르쳐본 적은 지금껏 없었다”라며 “그래서 (지도자)준비를 좀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22일 경기도 안산시 더헤븐CC에서 열린 KLPGA투어 더헤븐 마스터즈 2라운드를 마친 뒤 20년 프로 생활 은퇴를 선언한 박희영(가운데)이 에이전트 임직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KLPGA

엄마 골퍼로서의 그동안 겪었던 속내도 밝혔다. 그는 “KLPGA 투어에는 엄마 골퍼가 많지 않다 보니까 목소리가 작았다”면서 “결혼하고 아이 엄마가 되어서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여건도 점차 향상되는 것 같다. 앞으로 많은 개선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기회가 되면 다시 코스에 나서고는 싶다는 뜻도 밝혔다. 박희영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듯 은퇴했다고 골프를 끝내는 건 결코 아니다”라고 현역 생활에 대한 미련을 떨쳐 내지 못했다.

안산(경기도)=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