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콘서트홀·오페라하우스가 시민의 자부심 되어야”

입력 2025-06-22 10:40 수정 2025-06-22 20:27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총감독 포르투나토 오르톰비나가 지난 21일 부산콘서트홀에서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부산콘서트홀

“공연장이 성공하려면 수준 높은 공연을 만드는 것은 의무이고, 도시의 시민들이 ‘우리의 것’이라고 느끼게 해야 합니다.”

부산 콘서트홀 개관 콘서트를 보기 위해 내한한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총감독 포르투나토 오르톰비나(65)가 21일 부산콘서트홀과 2027년 개관 예정인 부산 오페라하우스의 성공 전략을 조언했다. ‘이탈리아 오페라의 종가’ 라 스칼라 극장은 지난달 정명훈 클래식부산(부산콘서트홀과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운영을 담당하는 부산광역시 사업소) 예술감독을 음악감독으로 선임했다. 라 스칼라 이사회에 정명훈 감독의 선임을 제안한 인물이 바로 오르톰비나 총감독이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파괴된 밀라노에서 가장 먼저 복원된 건물이 라 스칼라였다. 라 스칼라가 두오모 성당과 함께 밀라노를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라 스칼라의 연간 예산은 정부와 지자체 등 공적 지원, 티켓 판매, 후원금이 각각 3분의 1을 차지한다. 후원금이 적지 않은 것은 밀라노 시민들이 라 스칼라를 돕고 있기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부산콘서트홀과 부산오페라우스도 부산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도시의 상징이 되는 것을 목표로 온 도시 구성원의 지원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부연했다.

라 스칼라 극장은 오페라가 일상적인 이탈리아에서도 관객의 문턱을 낮추는 프로그램을 다수 운영하고 있다. 오르톰비나 총감독은 “공연 외에 백스테이지 투어와 무대 및 의상 제작실 투어를 실시해 관객이 오페라와 극장에 대한 관심을 가지도록 만든다”면서 “특히 라 스칼라는 6세 이상의 어린이부터 오페라를 접하도록 기존 작품을 쉽게 만들어 공연한다. 어린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그들의 선생님에 대한 교육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오르톰비나 총감독은 이탈리아 파르마 레지오 극장에서 오케스트라 단원, 합창단 단원 및 지휘자를 거쳐 무대감독으로 일했다. 베르디 국립 연구소에서 각종 연구와 출판을 담당할 정도로 이탈리아에서 손꼽히는 베르디 전문가이기도 하다. 토리노 레지오 극장, 나폴리 산 카를로 극장 등을 거쳐 2007~2017년 라 스칼라와 함께 이탈리아 오페라 극장의 양대 산맥인 베니스 라 페니체 극장 예술감독으로 활약했다. 2017년부터 라 페니체 극장 총감독으로 활약하다 올해 5년 임기의 라 스칼라 극장 총감독으로 부임했다.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총감독 포르투나토 오르톰비나가 지난 21일 부산콘서트홀에서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부산콘서트홀

그는 “1992년 카사 베르디(베르디가 빈곤한 은퇴 음악가들을 위해 지은 시설)에서 미국인들의 가이드를 할 때 불참자가 나온 덕분에 라 스칼라에서 정명훈이 지휘하는 쇼스타코비치의 오페라 ‘므첸스크의 멕베스 부인’을 관람했다. 이것이 정명훈과의 첫 만남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정명훈과 일한 것은 내가 페니체 극장에서 일하면서다. 정명훈은 오래된 느낌이 있는 클래식 음악을 현대적으로 들리게끔 만드는 지휘자다. 특히 베르디와 관련해서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휘자 중 한 명”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정명훈은 1778년 개관한 라 스칼라 역사상 최초의 동양인 음악감독으로 2027년 임기를 시작한다. 1989년 라 스칼라 데뷔 이래 오페라 84회, 콘서트 141회를 지휘했는데, 역대 음악감독으로 임명된 지휘자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횟수다. 또 2023년에는 라 스칼라 역사상 유일한 명예 지휘자로 선정됐다.

오르톰비나 총감독은 동양인 음악감독 선임에 대한 이탈리아 내 회의적인 시각이 없었냐는 질문에 “20~30년 전이었다면 그런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요즘은 그런 시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내가 정명훈을 추천했을 때 밀라노 시장이 이사장인 라 스칼라 이사회도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정명훈만큼 라 스칼라와 친숙하고 사랑받는 지휘자도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명훈은 이미 이탈리아인이나 마찬가지다. 전생에 이탈리아인이었을 만큼 이탈리아를 가족처럼 느낀다. 나는 농담처첨 그를 ‘마르코 폴로’라고 부르기도 한다”면서 “정명훈을 통해 한국과 이탈리아의 교류가 더욱 깊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라 스칼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오는 9월 18일 부산콘서트홀을 찾는다. 정명훈 지휘로 베르디 오페라 ‘운명의 힘’ 서곡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 ‘비창’을 연주할 예정이다.

부산=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