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장에 美반도체장비 반입 제한 추진…삼성·SK 불똥

입력 2025-06-21 11:00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반도체 기업의 중국 현지공장에 미국산 장비 공급을 제한한다는 방침을 통보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수출통제부문 책임자인 제프리 케슬러 산업·안보 담당 차관은 이번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에 이런 내용의 방침을 통보했다. 이 방침은 그동안 세 회사의 중국 현지 공장에 미국 반도체 제조 장비를 공급할 때마다 허가를 면제받았던 조치를 취소하는 취지의 내용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미중 간 무역갈등으로 패권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중국의 첨단 기술에 제동을 걸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도 미국 기업이 중국 반도체 기업에 첨단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수출 통제를 발표했지만, 동맹국 기업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한국 기업의 중국 현지 공장은 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이번 방침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지 공장도 통제 대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서 각각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서 D램 공장, 충칭에서 패키징 공장, 다롄에서 낸드 공장을 가동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방침을 공식화하면 한국 기업의 중국 현지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산 제조장비가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첨단공정 반도체 생산이 불가능하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대화에서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이 안보는 미국에 의지하고 경제는 중국과의 교역에 의존하는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 방침을 더는 이어가선 안 된다고 밝혔다.

다만 WSJ는 이번 방침이 트럼프 행정부 전체가 동의한 사안이 아니고, 공식 정책으로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