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콘서트홀 개관… 정명훈과 함께 ‘클래식 도시’ 도약 꿈꾼다

입력 2025-06-21 06:00 수정 2025-06-22 10:14
정명훈 클래식부산 예술감독이 20일 부산 콘서트홀 개관 공연에서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APO)과 함께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을 마친 뒤 관객에게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부산콘서트홀

부산 최초 클래식 전용 공연장인 부산콘서트홀이 20일 개관 공연을 열고 역사적인 첫걸음을 내디뎠다. 그동안 클래식 음악의 불모지로 불렸던 부산이 클래식 도시로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 진구 부산시민공원에 자리잡은 부산콘서트홀은 지난 2012년 국립극장 부산분원 추진에서 시작돼 우여곡절 끝에 2021년 착공했다. 이후 파이프 오르간 설치가 뒤늦게 결정되면서 공사 기간이 연장돼 4년 만인 올해 마침내 개관했다. 콘서트홀(2011석)과 챔버홀(400석)로 구성된 부산콘서트홀은 비수도권 공연장 가운데 처음으로 빈야드 스타일(무대가 중간에 있고 객석이 포도밭처럼 감싸는 스타일) 채택 및 대형 파이프 오르간 설치가 이뤄졌다.

부산콘서트홀이 20일 정명훈 예술감독이 이끄는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APO) 연주와 함께 문을 열었다. 지휘와 피아노의 정명훈, 첼로의 지안 왕, 바이올린의 사야카 쇼지가 베토벤 삼중협주곡을 협연한 후 관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부산콘서트홀

이날 개관 공연은 정명훈 예술감독이 이끄는 아시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APO)가 맡았다. 28일까지 이어지는 개관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APO는 정명훈이 1997년 전 세계 교향악단에서 활동 중인 아시아 연주자들로 창단한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다. 부산콘서트홀 개관 페스티벌을 위해 이번에 모인 APO는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악장 박지윤을 비롯해 20여 개 국내외 오케스트라의 전·현직 단원 100여 명이 참여했다.

공연에 앞서 부산콘서트홀 앞마당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박민정 클래식부산 대표는 “그동안 부산의 문화는 영화와 미술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공연에 대한 부산시의 투자로 이번에 부산콘서트홀이 개관했다. 2027년 부산오페라하우스까지 개관하면 더 큰 시너지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명훈 예술감독이 이끄는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APO)이 창원시립합창단, 2025시즌 클래식부산합창단, 소프라노 황수미, 메조소프라노 방신제, 테너 김승직, 바리톤 김기훈과 함께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을 들려주고 있다. 부산콘서트홀

‘하나를 위한 노래’라는 제목을 단 개관 공연에는 각계 인사들과 추첨으로 뽑힌 부산 시민 등 1600여 명이 초대됐다. 공연의 1부는 베토벤의 삼중협주곡이 연주됐다. 협연자인 정명훈(피아노), 사야카 쇼지(바이올린), 지안 왕(첼리스트)이 APO와 함께 만들어낸 치밀한 화음은 관객의 귀를 파고들었다. APO의 경우 정명훈과 인연이 있었던 연주자들이 대부분이라 짧은 연습 기간에도 좋은 호흡을 보여 줬다. 여기에 피아노 앞의 정명훈은 연주와 지휘를 오가며 거장다운 여유를 뽐냈다.

중간 휴식 뒤 이어진 2부에서는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이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APO와 함께 소프라노 황수미, 메조소프라노 방신제, 테너 김승직, 바리톤 김기훈이 독창자로 나서고 창원시립합창단과 2025시즌 클래식부산합창단 등 110여 명이 합창석을 채웠다. 희망과 인류애를 담은 합창 교향곡은 세계 곳곳에서 기념 공연 레퍼토리로 자주 연주되곤 한다. 이날 합창 교향곡 공연은 웅장하고 화려한 사운드로 관객을 압도했다. 특히 4악장 ‘환희의 송가’ 가운데 ‘우리 모두 뜨거운 열정에 취해 거룩한 성전에 발을 내딛는다’는 가사는 부산 콘서트홀 개관을 축하하는 의미로 다가왔다. 연주가 끝나자 관객은 5분 넘게 환호와 기립박수를 보냈다.

20일 부산콘서트홀 개관식에서 정명훈 예술감독과 박형준 부산시장 등 내빈들이 참석해 있다. 부산콘서트홀은 부산 최초의 클래식 전용 공연장이다. 연합뉴스

다만 이날 부산콘서트홀의 음향에 대해선 전문가일수록 평가가 다소 인색했다. 소리가 깔끔하고 명징하지만, 잔향 시간이 짧아서 풍성함과 부드러움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나무를 마감재로 택하는 여느 콘서트홀과 달리 ‘이형 벽돌’로 불리는 특수 벽돌을 선택한 영향으로 보인다. 이형 벽돌을 지그재그로 쌓아 소리를 반사한다곤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무보다 벽돌이 소리를 많이 흡수한다. 다만 콘서트홀의 음향은 시간이 흐를수록 안정화되는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외에 이날 아쉬웠던 부분은 관객의 감상 매너였다. 콘서트홀의 사전 안내 방송에도 불구하고 공연 중에 영상이나 사진을 찍다가 안내원의 제지를 받는가 하면 휴대전화를 켜서 불빛이 새어나오는 사례가 여럿 있었다. 여기에 협주곡과 교향곡의 악장이 끝날 때마다 박수가 터져 나와 곡의 진행이 늘어지면서 몰입을 방해했다.

20일 부산콘서트홀 개관식. 부산콘서트홀

한편 부산콘서트홀은 이날 공연을 시작으로 28일까지 개관 페스티벌을 이어간다.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선우예권, 오르가니스트 조재혁, 소프라노 박소영, 테너 손지훈, 바리톤 이동환, 국립합창단, 부산시립합창단 등이 참여하는 다채로운 공연이 이어진다. 이번 페스티벌의 티켓은 지난 5월 예매 오픈과 함께 대부분 매진됐다.

부산=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