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2년 차 김나영(22·메디힐)이 생애 첫 승 기회를 잡았다.
김나영은 20일 경기도 안산시 더헤븐CC(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더헤븐 마스터즈(총상금 10억원) 첫날 1라운드에서 보기 2개에 버디 8개를 잡아 6언더파 66타를 쳤다.
오전에 경기를 시작한 선수 중에서는 가장 낮은 타수다. 10번 홀(파4)에서 출발한 김나영은
14∼17번 홀에서 4개 홀 연속 버디를 뽑아내는 등 전반에만 5타를 줄였다. 후반에는 보기 1개와 버디 2개를 묶어 1타를 더 줄였다.
라운드를 마친 뒤 김나영은 “퍼트가 잘되면서 버디가 많이 나왔다. 중장거리 퍼트가 특히 잘됐다. 퍼트에 자신감도 붙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김나영은 이날 그린 적중 때 평균 퍼트 개수가 1.53개 불과했다. 그린 적중 때 평균 퍼트는 1.7개 이하면 수준급 퍼팅이다.
바람까지 강하게 불었지만 뉴질랜드 전지 훈련 덕을 봤다. 그는 “바람이 많이 부는 뉴질랜드에서 전지훈련을 하면서 티샷 정확도보다 코스를 어떻게 읽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오늘 그런 부분이 경기력에 잘 연결됐다고 생각한다”라며 “오늘에 안주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좋은 성적 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KLPGA투어 통산 10승의 박지영(29·한국토지신탁)과 최근 경기력이 살아난 임희정(24·두산건설), 그리고 한지원(24·노랑통닭)과 이주현(22·프롬바이오) 등이 4언더파 68타를 쳐 김나영을 2타 차로 추격하고 있다.
2주 연속 우승을 노리는 DB그룹 한국여자오픈 챔피언 이동은(20·SBI저축은행)은 2언더파 70타로 1라운드를 마쳤다. 대회 2연패에 나선 작년 우승자 배소현(32·메디힐)은 1언더파 71타를 적어냈다.
이날 경기는 폭우와 바람 때문에 차질을 빚었다. 오후 3시 15분부터 1시간 4분 동안 강풍 때문에 경기가 1차로 중단됐다가 재개됐으나 오후 5시 8분께 최종 중단됐다. 1라운드를 마치지 못한 선수들은 대회 이틀째인 21일 2라운드에 앞서 잔여홀 경기를 치르게 된다.
먼저 외모가 어디서나 눈에 띄었다.
김나영은 176㎝의 큰 키에 날씬한 몸매가 마치 런웨이를 걷는 패션모델 같았다.
드림 투어 상금랭킹 5위로 KLPGA 투어에 발을 디딘 김나영은 또 시원한 장타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해 대회 때 측정한 공식 평균 드라이버 샷 비거리는 245.49야드로 장타 순위 18위였지만 실제 드라이버 샷 비거리는 270야드가 넘는다.
스윙 아크가 워낙 커서 드라이버를 때릴 때는 한결 돋보였다.
하지만 김나영의 신인 시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28개 대회에 출전해 절반이 넘는 16개 대회에서 컷 탈락했다. 딱 한 번 톱10에 진입했던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 공동 10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상금랭킹 80위에 그쳐 시드전을 다시 치러야 했던 김나영은 그나마 시드전에서 21위를 차지해 올해 KLPGA 투어에서 뛸 기회를 다시 얻었다.
2년 차를 앞두고 김나영은 신인 시즌 실패의 원인을 체력 저하와 쇼트게임 불안이라고 분석했다.
점프 투어와 드림 투어를 거치면서 나름대로 프로 무대를 경험했지만 8개월 동안 28개 대회를 치르는 KLPGA 투어에서는 강인한 체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또 드림 투어보다 훨씬 그린이 빠르고 핀 위치가 어려운 KLPGA 투어에서는 장타보다는 쇼트게임과 퍼팅 실력이 더 요긴하다는 사실도 새삼 확인했다.
뉴질랜드 겨울 전지훈련 때 김나영은 그린 주변 어프로치와 퍼팅 연습에 많은 공을 들였다.
체중도 6∼7㎏을 불렸다. 패션모델 같던 체격이 운동선수 몸매로 바뀌었다.
김나영은 올해 8개 대회에서 컷 탈락을 3번 겪었다. 5번 컷을 통과했다는 얘기다.
작년보다 경기력이 훨씬 안정된 모습이 뚜렷했다.
쇼트게임 실력을 알려주는 그린 주변 이득 타수가 작년에는 109위(-0.32타)였으나 올해는 73위(-0.05타)로 향상됐다.
퍼팅 이득 타수는 101위(-0.48타)에서 44위(0.24타)로 올라섰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