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족보,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에 등재 추진

입력 2025-06-20 17:25
신편광주이씨동성지보 (新編廣州李氏同姓之譜), 1610년(편찬), 1613년(계축보) 간행, 6권1책, 재간보, 조각판본. 한음 이덕형이 1613년이 지은 서문을 그대로 본을 떠서 판각했다.

우리나라 족보가 유엔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에 등재를 추진한다. 이주영 전 국회부의장, 송석준 김준혁 국회의원 등은 다음 달 21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 회의실에서 ‘한국족보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 등재 추진위원회’ 출범식을 갖는다.

이들은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은 세계기록유산 최강국이지만 현대에는 그 의미가 점차로 퇴색하고 있다”며 “한번 사라지면 영영 복원할 수 없는 인류의 기록 자산인 한국 족보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국 족보는 700~800년간의 가족관계와 신분사회 변천사 등 사회상을 두루 볼 수 있는 자료다.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의 등재 요건인 수백년 전의 정품이라는 진정성(Authenticity)과 조선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또 소멸·품질 하락하면 인류 유산에 심각한 손실을 끼치는 독창적(Unique)이고 비(非) 대체성(Irreplaceable)을 갖고 있다. 하지만 무관심 속에 체계적인 관리나 보존 노력이 없이 개인이나 일부 문중 등 여러 곳에 산재되어 있다. 심지어 “어디에 누가 소장하고 있다더라”라는 확인 안 된 소문만 무성한 사례도 있다.

출범식에서는 임진왜란 이전에 발행된 현존하는 옛 족보 9점 중 3점을 비롯해 1670년 이전에 발간된 옛 족보 원본 20여 점이 국내 처음으로 공개 전시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족보로 알려진 서울대학교 소장의 ‘안동권씨세보’(1476년 발간) 3권3책은 영인본으로 만나볼 수 있다. 안동권씨세보 외에는 전부 원본 전시다.

추진위는 이번에 전시하는 20여 점을 중심으로 전국에 흩어져 있는 희귀본 옛 족보를 대상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공개 접수, 신청을 받아 등재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족보에 대한 기초조사, 역사적 가치 및 의미를 발굴하는 학술대회, 국내-외 캠페인 및 순회 전시회 등을 통해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전략 마련과 국민적 관심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추진위는 상임대표에 이주영 전 국회부의장, 공동대표에 송석준 김준혁 국회의원이 맡고 있다. 가수 진성, 가수 강진, 탤런트 김성환씨가 홍보대사로 활약한다. 현재 참여 의사를 밝힌 대표적인 종친회는 안동권씨, 경주김씨, 김해김씨, 고령신씨, 청송심씨, 문화유씨, 광주이씨, 전주이씨, 양천허씨 (성씨 가나다순) 등이며 한국성씨총연합회에서도 적극 참여한다고 밝혔다.

전병선 선임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