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착은 또 다른 숙제네요.”
한국방송통신대 농학과에 다니며 귀촌을 준비 중인 정미숙(48)씨는 요즘 고민이 깊다. 농업 관련 자격증을 따고 귀촌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지만, 막상 시골에 내려가 생계를 이어갈 현실적인 그림은 아직도 흐릿하다. 정씨는 “과연 농사만으로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어느 교회를 갈지, 마을에 정착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볼 곳이 마땅치 않다”고 털어놨다.
귀농·귀촌 인구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정착의 길은 여전히 만만치 않다. 농업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농업 외 소득원과 지역 공동체와의 연결고리를 찾는 일이 농촌살이의 또 다른 숙제가 되고 있다.
이 같은 고민을 나누고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국민일보(사장 김경호)는 20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2025 국민팜 엑스포(성공귀농 행복귀촌 박람회)’를 열었다. 올해로 11회째를 맞은 국민팜 엑스포에는 경상·전라·충청·강원 등 전국 지자체 100여곳이 참여해 귀농·귀촌 희망자들과 만났다.
이날 박람회 현장에선 농사법뿐 아니라 귀농·귀촌 목회 전략, 교회 정착 팁, 마을 공동체와의 관계 맺기 같은 현실적인 고민이 쏟아졌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농어촌선교부(부장 전세광 목사) 예장귀농귀촌상담소협의회, 한국농어촌선교단체협의회(회장 김기중 목사) 등 관련 단체들이 상담과 조언을 이어갔다.
김배인(62)씨는 공직에서 은퇴한 뒤 최근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개혁 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그는 “농어촌 목회가 어렵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은퇴 후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알고 싶어 상담 부스를 찾았다”고 말했다.
최성봉 경남 함양광월교회 목사는 농촌 목회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했다. 그는 “농촌 목회는 교회뿐 아니라 마을 주민 돌봄과 생계 문제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설교만으로는 되지 않고 함께 땀 흘리고 밥 먹고 살아가는 삶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설명을 들은 김씨는 “퇴직 후 남은 삶을 시골 교회와 농촌 공동체를 위해 쓰고 싶다”고 답했다.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살아보기’라는 현실적 제안도 이어졌다. 이요한 전 귀농귀촌상담소협의회장은 “귀농을 결심하면 집부터 사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하면 실패하기 쉽다”며 “먼저 월세로 살아보면서 지역과 환경이 맞는지 경험한 뒤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교회는 마을의 중심 역할을 하고 인적·물적 자원이 많기 때문에 교회와 상담하는 것도 안전한 귀농·귀촌을 위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김기중 한국농어촌선교단체협의회장은 “농촌 목회는 단순한 영혼 돌봄을 넘어 지역사회와 상생하며 공동체를 세우는 사역”이라며 “농촌에는 아직도 인심이 살아 있어 상호 협력과 나눔이 가능하고, 도시보다 삶의 안정이 보장된다”고 말했다. 그는 “농촌은 한국교회 목회의 새로운 블루오션”이라며 “귀농·귀촌과 농촌 목회가 함께 어우러질 때 지역도 살고 교회도 세워진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