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균기자가 만난 사람]‘골프 이도류’김홍택 “딸 설연이가 태어나고 골프가 더 좋아졌다”

입력 2025-06-20 12:38
자신의 골프의 근간이 가족과 팬들의 성원이라고 밝히며 엄지척을 하는 김홍택. KPGA

골프투어의 흥망성쇠(興亡盛衰)는 스타 플레이어의 존재 유무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좋은 본보기다. 우즈는 오는 12월30일이 되면 시니어투어 데뷔가 가능한 만50세가 된다. 현역으로 활동하기엔 적잖은 나이다. 게다가 잦은 부상 여파로 몸 상태도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다.

그럼에도 그가 속한 미국프로골프(PGA)투어는 우즈를 떠나 보내지 못한다. 그가 투어에 남아 있고 없고에 따라 흥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비단 우즈 뿐만 아니다. 어느 투어를 막론하고 투어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는 반드시 필요하다.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 스타 출현이 ‘최고의 묘약’이라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작년 시즌 KPGA투어를 평정했던 장유빈(23)의 출현은 KPGA투어 입장에서는 투어의 흥행을 이끌 최고 카드였다.

하지만 그는 지금 투어에 없다. LIV골프로 이적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투어가 방출했다는 게 더 설득력을 얻는다. KPGA의 수뇌부가 그의 이적에 앞장섰다는 설이 파다하기 때문이다.

장유빈이 떠난 빈자리는 ‘골프 이도류’, ‘하이브리드형 골퍼’로 불리는 김홍택(31·DB손해보험)이 대신하고 있다. 그의 이름 앞에 붙은 수식어는 스크린 골프와 필드 골프를 넘나들며 맹활약을 펼치면서 붙여졌다. 김홍택은 스크린 골프 G투어에서는 통산 최다승인 15승, KPGA투어에서는 통산 3승을 거두고 있다.

김홍택은 올 시즌 가장 핫한 선수다. 그가 출전한 대회장에는 언제나 팬들이 몰린다. 2017년에 투어 데뷔한 그는 그해 부산에서 열린 동아회원권그룹 다이내믹부산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거뒀다.

당시만 해도 김홍택은 173cm의 신장으로 30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를 치는 선수 정도로 팬들에게 인식됐다. 그리고 그로부터 8년 가까이 그는 KPGA투어에서는 이렇다할 존재감이 없었다. 대신 스크린 골프 G투어 최강자로 자리를 잡았다.

그랬던 그가 팬들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 것은 작년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우승하면서다. 아시안투어와 공동 주관으로 열린 메이저급 대회 우승은 그를 스타덤에 올리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2022년에 결혼한 김홍택이 아내, 작년에 태어난 딸 설연이와 단란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KPGA

김홍택은 온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큰 인기를 얻는 비결을 묻자 “방송 노출이 큰 것 같다. 사실 엄청 소심해서 방송 울렁증이 있다”라며 “아직도 그 증세가 있지만 일부러 더 열심히 하려고 했다. 게다가 성적까지 나와주니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시는 것 같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했다.

김홍택은 지난 8일 ‘약속의 땅’부산에서 막을 내린 백송 홀딩스 아시아드CC 부산오픈에서 통산 3승째를 거뒀다. 올 시즌 처음으로 컷을 통과한 대회서 덜컥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투어의 최고 흥행 카드임을 다시금 입증했다.

그는 그 대회 전까지 내내 부진했다.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 오픈 공식 연습 라운드 때 당한 허리 부상 여파였다. 내리 5개 대회서 컷 탈락한 그는 몸 상태가 호전되자마자 우승으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한 것.

김홍택은 “지금까지 그렇게 아파본 적이 없었다. 리커버리가 진짜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라며 “한 번 심하게 아파 보니까 선수 생활을 오래 하려려면 연습과 웨이트 이상으로 회복에 신경을 많이 써야 되겠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하며 허리에 차고 있던 온열 복대를 꺼내 보였다.

현재 허리 통증은 거의 사라져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다. 그러면서 샷도 예전 수준으로 회복됐다.

그는 “허리가 아프고 나서 샷이 엄청 흔들렸는데 샷은 지난주부터 많이 좋아졌다”라며 “샷이 살아나니 3m 이내의 퍼트들이 안들어가기 시작한다. 중요한 기회를 잘 살릴 수 있도록 더 연습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홍택의 골프는 20대 때보다는 30대에 접어 들면서 더 빛을 발하고 있다. 그는 그 원동력을 잘치는 선배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유심히 살폈던 것에서 찾았다.

그는 “(박)상현이 형처럼 잘치는 선수들을 보면서 배우고 싶었던 게 있었다. 여유롭게 치는 것”이었다며 “잘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여유롭게 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작년과 올해 공이 잘 맞던 잘 맞지 않던 너무 스트레스 받지 않으려 애썼다. 심각하게 한다고 더 좋아질 게 아니라는 걸 그때보다 많이 알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바탕으로 호쾌한 장타를 날린다는 김홍택이 샷을 하기에 앞서 신중하게 코스를 살피고 있다. KPGA

지금도 마음 먹고 때리면 310야드를 닐릴 수 있다는 김홍택은 그 비결로 자신감을 꼽는다. 그러면서 해외 투어 진출의 꿈도 더 키워가고 있다. 그는 작년 GS칼텍스 매경오픈 우승으로 올해까지 아시안투어 시드를 갖고 있다.

김홍택은 “PGA 콘페리투어서 활약하고 있는 (이)승택이와 지금도 계속 연락을 하고 있는데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승택이를 보면서 준비가 덜 됐더라도 그냥 가서 한번 부딪혀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내와 상의해야겠지만 도전을 고민중이다”고 했다.

김홍택은 2022년에 결혼해 슬하에 1녀(설연)를 두고 있다. 하지만 조만간 둘째가 태어난다. 그는 백송 홀딩스 아시아드CC 부산오픈 우승 직후 “아내에게 우승하면 둘째를 갖자고 했었는데 최근 둘째가 생겼다”며 아내의 둘째 임신 소식을 공개했다.

가족이 늘어 나면서 가장으로서 져야할 책임감 이상으로 그의 골프도 달라진 건 사실이다. 그는 “작년에 설연이가 태어나고 나서 성적이 잘 나왔다”며 “심적으로도 책임감이 더 커진 것 같다. 가족들에게 늘 감사드린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 지가 궁금했다. 김홍택은 “누가 봐도 골프를 너무 좋아하는 모습이 보이면 좋겠다”라며 “프로생활을 마무리 할 때까지 골프를 너무 좋아하고 사랑하는 만큼 즐겁게 치고 싶다. 많은 응원과 관심을 부탁드린다”는 당부로 인터뷰를 마쳤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