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 희극의 선구자’ 이근삼의 단막극 4편 무대 오른다

입력 2025-06-20 05:00
극작가 이근삼. 국민일보DB

극작가 이근삼(1929~2003)은 한국 현대연극의 지평을 넓힌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인 1960년 1월 잡지 ‘사상계’에 단막희곡 ‘원고지’를 발표하며 데뷔했다. 이후 60편 가까운 희곡을 남겼는데, 뛰어난 연극성과 시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의식을 가지고 있어서 대부분 공연됐다. 국내 전통적인 리얼리즘 연극에서 벗어나 풍자, 부조리 등 다양한 형식으로 쓴 그의 희곡은 한국 연극계에 큰 자극을 줬다.

창작집단 ‘팀(TEAM) 돌’이 서강대 메리홀 소극장에서 이근삼의 단막극 네 편을 엮은 ‘이근삼 단막극전’을 개최한다. 오는 25~28일 열리는 1부에서는 정치 권력의 부패와 위선을 풍자한 ‘대왕은 죽기를 거부했다’, 존재와 삶의 가치를 성찰하는 ‘유실물’이 펼쳐진다. 7월 2부에선 물질만능주의 시대의 가족 문제를 비판한 ‘원고지’, 세대 갈등을 유쾌하게 풀어낸 ‘낚시터 전쟁’이 관객과 만난다.


‘이근삼 단막극전’의 연출은 정승현 TEAM 돌 대표가 1부를, 최용훈 극단 작은신화 대표가 2부를 맡는다. 최용훈은 이근삼의 아들인 고(故) 이유철과 대학 시절부터 함께 활동했던 인연이 있다. 또 무대 디자인은 이근삼의 딸인 이유정 용인대 연극학과 교수가 맡았다.

이번 공연은 이근삼이 생전에 제안해 탄생한 서강대 메리홀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근삼은 중앙대 연극영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69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로부터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다. 당시 그가 제시한 조건은 “극장을 하나 지어준다면.” 파격적이었던 조건이 받아들여지면서 1970년 메리홀이 문을 열었다. 이후 메리홀은 서강대 출신 문화예술인을 배출하는 기반이 됐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