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서 부는 인력 감축 바람… 늘어나는 AI 투자, 감원으로 충당

입력 2025-06-20 07:30

인공지능(AI)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내부적으로는 인력 감축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AI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비용 부담이 커지자 대신 인건비를 줄이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국내에서도 IT 업계 채용 공고가 감소하는 등 변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22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MS)는 수천명에 달하는 대규모 추가 감원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MS는 지난달 이미 직원 6000명가량을 구조조정했으며, 2023년 1월에는 1만명을 감원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MS의 전체 직원은 22만8000명 규모였는데, 감원 계획이 실행되면 한 달여 만에 1만명 안팎의 직원이 회사를 떠나게 되는 것이다.

구글은 최근 일부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2023년 전체 직원의 약 6%에 해당하는 1만2000명을 감원한 뒤 인력 감축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안드로이드 플랫폼과 픽셀폰, 크롬 브라우저 등의 부문에서 희망퇴직을 받아 수백명을 감원했다. 구글 대변인은 “올해 초 일부 팀에서 미국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발적 퇴직 프로그램을 도입했다”며 “현재 더 많은 부서가 업무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월마트 다음으로 고용 규모가 큰 아마존도 AI로 인한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앤디 제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7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생성형 AI와 에이전트를 더 많이 도입할수록 업무 방식도 바뀔 것”이라며 “이러한 변화가 정확히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알 수 없지만, 향후 몇 년 안에 전체 회사 인력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도구를 배우고 직접 실험해보라”며 “(이를 통해) 더 적은 인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해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마존은 인력을 줄이는 대신 AI 투자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아마존은 AI를 뒷받침하는 데이터센터에 올 한해에만 1000억 달러(약 138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구글은 올해 750억 달러(약 103조원), MS는 800억 달러(약 110조원)를 AI와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센터 구축에 지출할 계획이다.

빅테크에서 시작된 AI발 일자리 위협은 국내에서도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채용 플랫폼 사람인에 따르면 지난 1분기 IT 업계 채용 공고는 전년 대비 13.4% 감소했다. 신입 개발자 채용은 전년 대비 18.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