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보다 AI를 더 믿는 MZ세대,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입력 2025-06-19 16:19 수정 2025-06-19 16:52
박형철 서울여대 교수가 19일 경기 용인 더숨포레스트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선교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발제자로 나섰다.

학생이 교사보다 인공지능(AI)에 더 의존하게 되는 AI시대를 맞아 대학 교육이 직면한 위기를 진단하고 새로운 교육 모델을 모색하는 장이 열렸다. 디지털에 익숙하고 비기독교인이 다수인 젊은 세대의 눈높이에 맞춰서 단단한 내면을 만들도록 교육해야 한다는 방법론이 먼저 제시됐다. 이에 기독교적 가치관에 따라 명상과 기도로 디지털과 떨어져 인간 본연의 모습을 찾아야 한다는 제언이 맞섰다.

한국기독교대학교목회와 한국대학선교학회가 19일부터 20일까지 경기 용인 더숨포레스트호텔에서 ‘인공지능 시대와 인성교육: 신앙, 윤리, 그리고 인간다움’을 주제로 2025년 하계연수회 및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19일 열린 학술대회에선 AI의 등장이 기존 교육 시스템이 안고 있던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첫 발제자로 나선 박형철 서울여대 교수는 X세대로 대표되는 교수가 디지털 이민자라면, MZ세대 학생은 디지털 원주민이라고 표현하면서 세대 간 격차를 지적했다. 박 교수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한 교수 세대와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난 학생 세대 사이에는 단순한 세대 차이를 넘어선 이해의 결핍이 있다”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학생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미래 기술과 관련한 미디어 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고 제언했다. 그는 실제 강의에서 영화 ‘블레이드 러너’나 ‘엑스 마키나’를 함께 보며 인간의 정체성과 AI 윤리에 대한 토론을 끌어낸 사례를 소개했다. 박 교수는 “학생과의 신뢰관계가 형성이 된다면 비기독교인 학생들과 기독교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 소통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경기 용인 더숨포레스트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선교학회 정기학술대회.

첫 발제였던 박형철 교수의 방법론에 대해, 곽호철 연세대 교수는 논찬을 통해 “학문적 깊이보다 가벼운 흥미 유발에 그칠 수 있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이에 박 교수는 현세대와의 깊은 소통 단절이라는 현실을 먼저 인정하며, 미디어는 신뢰를 쌓기 위한 ‘현실적인 첫걸음’임을 강조했다. 그는 “미디어를 통해 학생들의 마음을 여는 과정이 선행되어야만, 비로소 시대를 초월하는 고전의 가치나 인간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두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주형 연세대 교수는 현실 교육이 피교육자 스스로를 배제한 3인칭 학습법으로 인간의 내면을 끌어안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식의 객관성과 합리성만을 강조하는 기존의 3인칭 학습법은 앎과 삶, 지성과 인격을 분리해 학습자의 자아를 파편화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AI가 지식의 습득과 분석을 월등히 잘 수행하게 될수록, 인간의 내면을 배제한 교육은 그 의미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파편화된 자아를 치유하고 통합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법으로 1인칭 학습법을 가르치는 ‘관상(명상)적 교수법’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관상적 교수법은 외부 지식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자신의 내면을 깊이 성찰하면서 지식을 인격으로 체화하도록 돕는 전인적 교육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성찰 능력과 내면의 힘을 길러, 기술의 도전에 흔들리지 않는 자아를 형성하자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성경을 읽고 자신의 삶과 내면에 어떻게 다가오는 묵상하고 기도하는 렉시오 디비나(거룩한 독서) 등이 방법으로 제시됐다.

권혁일 한남대 교수는 논찬을 통해 이 교수가 제시한 관상적 교수법에 대해 신앙을 전제로 하는 영성 훈련을 비종교인 학생에게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또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과 대학 교육의 이상이 충돌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이에 이 교수는 “믿음을 교리 수용이 아닌 ‘관계 맺기의 경험’으로 확장하면 비신자도 그 여정에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요구에 맞추는 교육이 오히려 인간을 AI에 종속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며, “내면을 성찰하는 힘이야말로 인간 고유의 가치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부연했다.

글·사진=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