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비를 투입해 7년 이상 빚을 갚지 못한 취약계층 113만명의 채무를 탕감해준다. 위기 자영업자 채무 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 지원 인원도 신규로 10만명 더 늘릴 계획이다. 침체한 국내 경기 직격타를 맞고 있는 취약계층과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심폐소생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내수 회복을 위해선 전 국민에게 15만~50만원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등의 대책을 가동한다. 각종 대책을 망라한 이재명정부 첫 추가경정예산안 규모는 30조5000억원에 달한다. 대규모 예산으로 경기를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정부는 19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경기 진작과 민생 회복 양대축에 무게를 두고 30조5000억원을 편성한 추경안을 심의·의결했다. 새롭게 지출하는 예산은 20조2000억원 규모고, 나머지 10조3000억원은 세수 부족분을 채우기 위한 세입경정 예산이다. 추경 기준으로는 역대 네 번째로 큰 규모다. 새정부 공약 이행을 위한 예산보다는 당장 시급한 국내 현안 해결에 초점을 맞춘 점이 특징이다. 국내 경기는 최근 4분기 연속 0% 내외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경기 후퇴(Recession)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민생 회복의 핵심 대책으로는 채무 조정이 꼽힌다. 1조4000억원을 투입해 취약계층 143만명의 부채를 줄여주는 ‘특별 채무조정 패키지’를 가동하기로 했다. 우선 ‘배드뱅크’를 설립해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원 이하 장기연체채권을 매입해 심사를 거쳐 1회에 한해 소각하기로 했다. 수혜자는 113만명으로 추계된다. 영세 소상공인을 위한 새출발기금도 확대한다. 원금 감면액을 최대 90%로 늘리고 감면 대상도 ‘취약계층’에서 ‘저소득층’까지 확대해 10만명을 더 지원한다. 코로나19 정책자금 등을 성실하게 갚고 있는 영세 소상공인 19만명에 대해선 7~15년 분할 상환과 함께 이자·우대금리를 지원키로 했다.
정부는 채무조정 외에도 물가안정과 취약계층 지원 차원에서 2조원, 고용안전망 강화를 위해 1조6000억원을 투입해 민생 회복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경기 진작은 소비 유도에 집중하기로 했다. 전 국민에게 소득 수준에 따라 15만원, 25만원, 40만원, 50만원씩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 위해 10조3000억원을 편성했다. 대다수 국민들은 1인당 25만원을 지급받을 전망이다. 지역사랑상품권 추가 발행과 숙박 등 각종 할인쿠폰 발행을 위한 예산에도 1조원을 할애했다.
정부는 추경안이 연간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번 추경안 마련을 위해 19조8000억원의 적자 국채를 발행해 국가채무가 더 늘게 됐다. 원안대로 국회 심의를 통과하게 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49.0%로 0.6% 포인트 상승하게 된다. 임기근 기획재정부 2차관은 “경기 우상향 경로에 진입하려면 적기에 과감한 재정 투입이 절실하다”며 “추경안으로 모든 어려움을 해소할 수는 없겠지만 위축된 경기를 살리는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