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부터 부모까지, 온가족 좋아할 뜻밖의 순례 추천

입력 2025-06-19 14:18 수정 2025-06-19 14:40
여행객들이 전남 신안 '섬티아고' 순례길에서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돌봄여행사 제공

온 가족이 함께 국내 신앙 유적지를 따라 걷는 여행이 새로운 신앙교육 방식으로 제안됐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김정석 목사) 본부 교육국(총무 김두범 목사)은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다음 세대에 믿음을 자연스럽게 전할 수 있도록 개발한 6개 권역의 국내 기독교 유적 순례 코스를 공개했다.

19일 서울 강서구 돌봄여행사(대표이사 김정관)에서 열린 ‘믿음의 가정 세우기 실천 전략’ 발표 기자회견에서 홍석민 교육국 부장은 목회데이터연구소 등이 펴낸 ‘한국교회 트렌드 2025’(규장)를 언급하며 “신앙의 중심이 교회에서 가정으로 옮겨가는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며 “신앙은 말보다 삶으로 전해진다. 가족이 함께 걷고 묵상하는 여정이야말로 다음 세대에게 믿음을 전수하는 실질적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부장은 “이번 순례 프로그램이 교육 콘텐츠를 넘어 목회 현장과 교회 공동체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2009년부터 국내 기독교 유적 관련 여행 상품을 발굴해 온 돌봄여행사가 코스 개발에 참여했다. 이날 소개된 순례 코스 중 가장 주목받은 곳은 전남 신안의 ‘섬티아고’ 순례길이다. 문준경(1891~1950) 전도사의 사역지와 12사도 순례길, 바다 위의 보라색 다리 ‘퍼플교’ 등이 포함됐다. 여름 휴가를 대신할 수 있도록 갯벌 체험과 자전거 여행, 해변 활동이 어우러진 가족 친화적 코스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충남 논산 ‘강경 코스’는 일제강점기 신사참배를 거부한 강경성결교회 유년부 사례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김정관 대표는 “당시 초등학생들이 주도한 신사참배 거부는 ‘배운 대로 살아낸 믿음’의 상징”이라며 “어린이·청소년 신앙교육에 접목할 수 있는 역사적 자원”이라고 소개했다.

여행객들이 강원도 철원 노동당사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돌봄여행사 제공

철원 코스는 1920년 세워진 장흥교회, 노동당사, DMZ, 주상절리길 등을 아우른다. 분단의 흔적과 순교 신앙을 동시에 조명하는 일정으로 조용한 자연 속 묵상을 중심에 두고 있다. 이밖에 최초 선상 세례지 교산교회와 순교지를 잇는 강화도 코스, 하디 선교사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동해안 코스, 전주·완주 지역의 초기 선교 유산을 담은 코스도 함께 공개됐다. 대부분 코스는 자가 차량이나 대중교통으로 접근할 수 있으며 가족 단위 일정으로도 무리 없이 구성돼 있다. 각 코스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돌봄여행사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교육국은 이들 여섯개 코스를 기반으로 하반기 중 ‘감리회 성지 및 유적지 순례 가이드북’을 발간할 계획이다. 코스별 지도와 신학적 해설, 묵상 자료 등을 포함하고 교회사 전공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자료의 교육적 완성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태동화(왼쪽) 돌봄여행사 이사장과 김정관(가운데) 돌봄여행사 대표이사, 홍석민(오른쪽) 기감 본부 교육국 부장이 19일 서울 강서구 돌봄여행사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손가락 하트 포즈를 취하고 있다.

태동화 돌봄여행사 이사장은 “예루살렘, 산티아고 등 해외 성지순례 탐방은 꾸준히 인기지만 거리와 비용의 한계가 있다”며 “국내에도 깊이 있는 신앙 선배들의 자취가 많다는 사실을 알릴 필요성을 늘 실감해 왔다”고 전했다. 이어 “기감 교육국과 함께 의미 있는 정리 작업을 하게 돼 뜻깊다”며 “그동안 축적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한국교회 성도들의 여정을 돕겠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