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형 아파트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1~2인 가구가 증가해 소형 주거 위주로 재편되던 상황에서 중대형 아파트가 가진 상대적인 ‘희소성’에 주목하는 이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가격 상승률, 청약 경쟁률 등 다양한 지표에서 확인된다.
19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20~2024년) 전국 아파트 공급물량 98만4360가구 중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중대형 아파트는 11만2224가구(약 11.4%)에 불과했다. 이 기간 중소형(60~85㎡) 아파트는 67만5918가구(68.7%) 공급됐고, 소형(60㎡ 이하)은 19만8595가구(20.2%)였다.
공급 물량이 적으니 중대형 아파트는 가격 상승률에서 중소형과 궤를 달리한다. 2020년 기준 전국 중대형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는 1951만원이었지만, 2024년에는 2328만원으로 약 19.3% 상승했다. 같은 기간 아파트 전체 평균 상승률(9.5%)은 물론 소형(7.7%)과 중소형(5.9%)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수요 역시 꾸준히 늘고 있다. 중대형 아파트의 매매 거래 비율은 2022년 7.7%에서 2023년 10.3%로 증가했다. 2024년에는 전체 거래량의 10.8%(5만2957가구)를 차지했다.
청약 시장에서도 중대형 아파트의 인기는 뚜렷하게 나타난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분양한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 전용 94㎡는 1순위 청약 경쟁률이 무려 511대 1에 달했다. 경기도 과천 별양동 ‘프레스티어자이’ 전용 99㎡는 206.5대 1, 인천 송도 ‘래미안 송도역 센트리폴’ 101㎡는 51.2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방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전북 전주시 덕진구 송천동2가 ‘에코시티 더샵 4차’ 전용 110㎡는 지난해 6월 청약에서 97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중대형 아파트의 인기 요인이 단지 넓은 면적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 계층이 주요 수요층을 형성하며, 이러한 단지는 자연스럽게 지역 내 ‘대장주 아파트’로 자리매김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펜트하우스는 중대형 평형 중에서도 상징적인 존재로, 고급 설계와 조망권, 희소성 등의 프리미엄 요소로 인해 불황기에도 안정적인 수요를 보인다. 실제로 올해 2월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234㎡ 펜트하우스는 165억원에 거래됐으며,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234㎡는 2014년 35억원에서 지난해 180억원까지 상승해 10년 새 5배 이상 올랐다.
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