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2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불씨는 순식간에 거대한 화마가 돼 안동, 청송 등 인근 지역을 집어삼켰다. 149시간 동안 타오른 불길은 15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갔고 축구장 6만 3000여개에 달하는 광활한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이처럼 전대미문의 재난으로 고통받는 경북 지역을 위해 부산의 한 교회가 따뜻한 나눔의 손길을 내밀었다.
부산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는 경북 산불 피해 이재민과 교회를 돕기 위해 1억200만원을 모금했다. 이중 3000만원은 수영로교회와 연결된 농어촌 교회 중 산불 피해를 본 교회에 직접 전달하고 7200만원은 국제구호개발 NGO 희망친구 기아대책(최창남 회장)에 전달했다. 전달식은 18일 수영로교회 VIP실에서 박정권 수영로교회 긍휼사역 총괄목사와 김철기 기아대책 부산·울산·경남 본부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수영로교회 박정권 목사는 “갑작스러운 산불로 모든 것을 잃은 이웃들의 소식을 접하고 성도들과 한마음으로 기도하며 성금을 모았다”고 밝혔다. 박 목사는 수영로교회가 기아대책을 파트너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기아대책은 복음을 기반으로 교회와 협력한 경험이 풍부하고 이번 화재 피해 교회 지원에 가장 적극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지원 심사 과정에서 종교 시설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전문성과 공신력을 갖춘 기관을 통해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박 목사는 이번 나눔이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과정임을 강조했다. 그는 “대형 교회로서 사회의 어두운 곳과 고통받는 곳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며 “이번 지원이 다른 교회들의 사회적 사역 참여를 독려하는 작은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는 교회가 단순히 종교 활동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의 아픔에 동참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공동체로 거듭나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성금을 전달받은 김철기 기아대책 본부장은 구체적인 지원 계획을 밝혔다. 김 본부장은 “성금은 산불 피해 복구를 전담하는 국내 사업본부를 통해 체계적으로 관리될 것”이라며 “이번 산불로 전소된 영덕 새벧엘교회(신성희 목사) 재건에 5200만원, 피해가 심각한 40가정에 각 50만원씩 총 2000만원을 지원하는 등 꼭 필요한 곳에 성금이 쓰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아대책은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가 섬기며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이번 지원을 통해 이재민들이 교회에 대한 열린 마음을 갖고 절망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고 설명했다.
수영로교회의 이번 성금 전달은 재난으로 상처 입은 이웃에게 실질적인 위로를 전하는 동시에 우리 사회가 마주한 위기 속에서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역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부산=글·사진 정홍준 객원기자 jong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