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얼차려 훈련병 사망 사건…중대장 항소심서 형량 늘어

입력 2025-06-18 15:21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얼차려)을 실시한 혐의로 중대장이 지난해 6월 21일 오전 강원 춘천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규정을 위반한 군기 훈련(얼차려)을 지시해 훈련병을 숨지게 한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중대장의 형량이 항소심에서 늘었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재판장 이은혜)는 18일 학대치사, 직권남용 가혹 행위 혐의로 기소된 중대장 대위 강모(28·여)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5년 6개월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부중대장 중위 남모(26)씨에게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강씨 등은 지난해 5월 23일 강원도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규정을 위반한 군기 훈련을 진행하며, 쓰러진 박 훈련병에게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하나의 행위가 여러 죄에 해당하는 ‘상상적 경합’으로 판단해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른 학대치사죄의 형량(징역 3~5년)을 토대로 형량을 정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하나의 행위가 여러 범죄를 구성하는 ‘실체적 경합’으로 판단하고 강씨의 형량을 6개월 늘렸다. 실체적 경합은 가장 무거운 죄 형량의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다.

재판부는 “원심은 같은 장소에서 같은 기회에 이뤄진 행위라고 판단했지만, 피해자별로 구체적인 가혹 행위와 학대 양상이 다르기 때문에 1개의 행위가 아니라 여러 개의 행위로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씨 등은 지난해 5월 23일 강원도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규정을 위반한 군기 훈련을 진행하며, 쓰러진 박 훈련병에게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부중대장은 지난달 22일 훈련병 6명이 취침 점호 이후에 떠들었다는 내용을 다음 날인 23일 오전 중대장에게 구두 보고했고, 군기훈련 승인을 받았다.

부중대장은 같은 날 오후 4시26분쯤 보급품이 모두 지급되지 않은 훈련병에게 군장 공간을 책으로 채우게 한 뒤 완전군장 상태로 총기를 휴대하고 연병장 2바퀴를 보행하게 했다. 뒤이어 나타난 중대장은 완전군장 상태로 선착순 뜀걸음 1바퀴를 실시했고, 팔굽혀펴기와 뜀걸음 3바퀴를 잇따라 지시했다.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 박씨(21)는 뜀걸음 3바퀴를 도는 도중인 오후 5시11분쯤 갑자기 쓰러졌다. 이후 중대장 등은 위급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신속하게 응급처치하지 않았다.

의무대를 거쳐 민간병원으로 옮겨진 박씨는 25일 오후 3시쯤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감정서에 따르면 박씨는 열사병에 의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수사 결과 학대 행위로 볼 수 있는 위법한 군기 훈련으로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판단해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아닌 학대치사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지난 결심공판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두 사람에게 각각 징역 10년과 7년을 구형했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