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란-이스라엘 분쟁 개입할 의향도, 능력도 없어"

입력 2025-06-18 15:05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왕이 외교부장. EPA연합뉴스

중국은 이란-이스라엘 분쟁에 개입할 의향도, 능력도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신 미국이 군사적으로 중동에 깊숙이 개입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전략적 이익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독일 도이체벨레(DW)는 17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에서 중국-중동관계를 연구하는 윌리엄 피게로아 교수와 인터뷰를 통해 중국에는 중동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유인과 역량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DW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강력한 동맹국이고 중국과 이란은 긴밀한 관계를 공유한다고 짚은 뒤 미국과 달리 중국이 이번 분쟁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는 피게로아 교수의 분석을 전했다.

피게로아 교수는 “이번 분쟁은 중국의 에너지 안보에 어느 정도 위험을 초래하고 중국 지도자들도 이를 확실히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중국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분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에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면서 “중국은 이 지역에 세력을 투사할 역량이 부족하고 전통적 안보 측면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동에서 중국의 진정한 경쟁 우위는 경제적 관계와 때때로 외교적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면서 “이란과 이스라엘이 대화 자체를 기피하는 상황에선 중국이 외교적으로 움직일 여지도 거의 없다”고 했다.

중국이 최근 몇 년간 중동 문제에 적극 개입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화해를 주선했지만, 이란-이스라엘 분쟁의 경우 막대한 비용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잠재적 이익은 크지 않다는 점도 언급했다.

현재 중국의 최대 석유공급국은 이란이 아닌 러시아이고 중국의 전체 석유 수입량에서 이란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다. 이란산 석유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면 공급에 차질이 생기겠지만, 심각한 부족 사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란 입장에서 볼 때 중국은 이란산 석유의 최대 수입국이자 최대 무역 상대국이지만, 중국이 이란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그는 “중국이 이란에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거래를 취소하겠다’고 말할 가능성은 작다”면서 “대만 문제처럼 핵심적인 국가 이익이 관련된 상황이 아니면 이런 식의 접근은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란-이스라엘 갈등이 장기화해 미국이 더 깊이 개입하게 된다면 중국에는 전략적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의 주류 학자들은 미국의 중동 군사 개입이 미국의 자원, 시간, 전략적 관심을 고갈시킨다고 본다”면서 “이들은 미국과 달리 중국은 군사적 개입을 피하고 경제개발, 투자, 일대일로 프로젝트 등 중국의 강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전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