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은 법적으로 문제될까

입력 2025-06-18 13:53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노무사 노무진’에서 청소 노동자들의 갑질 피해가 다루어졌다. 이 에피소드의 모티브가 된 사건은 2021년 6월 발생한 ‘서울대 청소 노동자 갑질 사망 사건’이다.

과로와 갑질에 시달리다 숨진 서울대 청소 노동자 이모씨의 유족이 서울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업무와 무관한 필기시험 등의 직장 내 괴롭힘이 망인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줬고, 이로 인해 기존 질병을 급격히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판단하여 서울대가 유족에 총 86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주요 방송사와 신문사의 법률 자문으로 일하다 보니 시의성 있는 사건들에 관한 문의를 자주 받는데 지난 주는 서울의 한 떡볶이 가게에서 발생한 갑질 사건의 인터뷰 요청을 받았다.

배달 앱을 통해 떡볶이를 주문한 손님이 떡이 7개만 들어 있자 업주에게 전화로 항의했고, 업주의 환불 제안을 거절한 손님은 “당신도 고통받아야 한다”, “어머니가 욕 좀 보시겠네”라고 말한 후 가게로 찾아와 업주 어머니의 얼굴에 떡볶이 국물을 뿌렸다. 이에 항의하는 업주 어머니가 손님을 수차례 밀치자 손님은 쌍방폭행을 주장하고 있는 사건이다.

이와 관련하여 손님과 업주 어머니의 민형사상 책임에 대한 질문이 있었는데 먼저 손님의 형사 책임 관련해서는 특수폭행죄나 업무방해죄의 성립이 문제된다. 특수폭행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폭행을 가해야 한다.

뜨거운 국물도 사람의 신체를 해 하는데 사용된다면 ‘위험한 물건’에 해당할 수 있고, ‘휴대하여’라는 말은 널리 이용한다는 뜻도 포함하므로 뜨거운 국물을 들고 가 뿌린 것도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것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떡볶이 국물이 신체에 해를 가할 만큼 뜨겁지 않았다면 특수 폭행이 아닌 일반 폭행이 성립될 수 있다.

또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업무방해의 고의’를 가지고 ‘위력으로’ 영업을 방해해야 한다.

손님이 “당신도 고통받아야 한다”, “어머니가 욕 좀 보시겠네” 등의 발언을 한 후 가게로 찾아간 점에 비추어 볼 때 업무방해의 고의가 인정될 수 있고, 사람의 얼굴에 음식을 뿌리는 등으로 소란을 일으킨 것은 영업에 실질적인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위력에 해당할 수 있다.

다음으로 업주 어머니의 형사 책임 관련해서는 폭행죄의 성립이 문제된다. 폭행죄는 사람의 신체에 대해 유형력을 행사하는 경우에 성립하는데, 업주 어머니가 손님을 밀친 행위는 폭행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된다. 다만 손님의 위법하고 모욕적인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행위로 정당방위에 해당하거나,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상당성 있는 행위로 정당행위에 해당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한편 손님의 민사 책임 관련해서는 손님의 특수폭행 및 업무방해 등으로 인해 업주가 영업을 못하였거나 업주의 어머니가 신체적·정신적 치료를 받는 등 실제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업주의 민사책임 관련해서는 손님이 음식 섭취로 인해 식중독 등 건강상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치료비 등 실제 손해에 대한 배상이 가능하나 그러한 손해는 없어 보이며, 손님의 정신적 손해가 중대하거나 명백하지 않은 이상 별도 위자료도 인정되기 어려워 보인다.

끝으로 업주 측에서 고객의 재방문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런 경우 형사적으로는 출입금지의사를 표시하고 이후 손님이 방문할 시 업무방해나 건조물침입 등으로 고소할 수 있고, 민사적으로는 법원에 접근금지 가처분을 신청하여 접근금지 명령을 받을 수가 있다.

갑질이란 계약의 쌍방 당사자를 뜻하는 갑을(甲乙) 관계에서 우월한 지위에 있는 '갑'에, 특정 행동을 폄하해 일컫는 ‘~질’이라는 접미사를 붙인 신조어지만, 이제는 대한민국 누구나 알고 자주 듣는 보편적 단어가 되어 버렸다. 뉴욕타임즈는 한국의 갑질 관련 사건을 다룰 때 ‘Gapjil’이라는 한국어 발음을 그대로 알파벳으로 표기하면서 ‘중세시대 봉건 영주처럼 부하를 학대하는 행위’라는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사회적·경제적 지위에 따른 갑질이 보편화된 사회가 아니라 어떠한 상황에서도 타인의 존엄과 가치를 지켜주는 사회로 성장하고 성숙하기를 소망한다.

*외부 필자의 기고 및 칼럼은 국민일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김형민 법률사무소 민하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