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터전 잃은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근로자들 ‘고용불안’ 호소

입력 2025-06-18 13:36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 등 금호타이어 5개 노조 비상대책위원회가 18일 오전 광주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연구동 2층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형화재로 멈춘 '1공장 재가동'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화재 발생 한달이 지난 지금 아르바이트를 하는 분들도 있고, 집에 계시면서 우울증을 호소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황용필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 대표지회장은 18일 오전 불 타버린 광주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내 연구동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광주공장 소속 근로자 2400여명의 ‘고용불안’을 호소했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은 지난달 17일 발생한 불로 핵심설비가 집중된 제2공장 60% 이상이 소실돼 공장 가동이 무기한 중단되면서, 사측이 휴업명령을 내려 근로자 대부분이 자택에서 대기중이다.

사측이 근로자들에게 이달부터 임금의 70% 상당을 휴업수당으로 지급하지만, 노조는 ‘공장 재가동이 가능할지’, ‘언제 재가동이 이뤄질지’, ‘새공장이 건립될지’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불투명한 현재 상황에서 고용불안을 거듭 호소했다.

황 지회장은 “고용이 대단히 불안정한 상황에서 우리 근로자들은 고용안정을 위해 올해까지 1공장 가동을 요구한다”며 “또 함평 새공장 건립을 위해선 자금조달이 최대 난제인 만큼 최대주주인 더블스타를 압박하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1공장의 경우 오는 9월이면 실질적으로 공장 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루 타이어 4000본, 연간 350만본까지 1공장에서 생산하면 근로자 500여명의 복귀가 가능하다. 이러면 새공장이 건립되기 전까지 2~3년 동안 근로자들의 고용불안이 어느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오전 광주 광산구 소촌동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불이 나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0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95명에 이르는 금호타이어 화물 노동자들 역시 고용불안 대책을 촉구했다.

서숙경 금속노조 금호타이어 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4조 3교대로 일 하다가 현재는 한달에 3, 5일 정도만 일하는 실정”이라며 “곡성공장으로 전환배치 된 분도 5~6명 수준이다. 여건상 전환배치가 힘든 분들도 있고 고용 불안정에 대한 우려가 큰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조성규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금호지회 지회장도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전혀 배차를 받지 못하고 있어 사실상 플랫폼 노동자가 됐다.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다른 화물 오더를 잡아 일하고 있다”며 “광주공장 화물노동자들이 뿔뿔이 흩어지기 직전”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금호타이어 화재 사태를 기업과 지방의 작은 현안 문제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일자리와 삶, 지역경제까지 걸려있는 중대한 사안임을 인식하고 힘을 합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끝으로 사측에도 “최대주주 더블스타는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며,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 않다”며 “더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즉각 노-사간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일택 금호타이어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은 같은날 금호타이어 최대주주인 중국 더블스타 본사를 방문해 다음달 발표 예정인 ‘화재 피해 복구 로드맵’에 대해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금호타이어를 인수한 더블스타는 중국 산둥성 청두시를 기반으로 한 타이어회사로, 중국 국유기업이다.

이에 대해 노조 한 관계자는 “경영진과 최대주주가 만나 화재 피해 복구 로드맵에 대한 아웃라인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인 로드맵은 노사가 논의해서 만들어야 하고, 이같은 노조 입장도 사측에 이미 요구했다”고 밝혔다.

광주=이은창 기자 eun526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