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60m 뚫는 괴물 폭탄? 트럼프 무기 카드 주목

입력 2025-06-18 10:24 수정 2025-06-18 13:12
2023년 5월 2일 미 공군이 공개한 사진. 공군 장병들이 미국 미주리주 와이트먼 공군기지에서 대형 관통 폭탄(Massive Ordnance Penetrator)을 바라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이 모든 작전은 포르도 우라늄 농축장을 제거함으로써 완료돼야 한다.”

에히엘 라이터 주미 이스라엘 대사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남서쪽으로 약 95㎞ 떨어진 산비탈에 위치한 포르도 우라늄 농축장은 이란의 핵연료 처리 시설이다. 이란 최대 우라늄 농축장인 나탄즈 농축장 다음으로 크다.

현재 시점에서 특공대의 지상전 공격이나 핵 공격을 제외하고 포르도 우라늄 농축장을 파괴할 수 있는 건 미국 보잉사가 개발한 공중 투하용 초대형 관통 폭탄인 ‘벙커버스터-57’뿐이다. 지하 80m 깊이에 위치한 포르도 우라늄 농축장은 이란과 러시아의 지대공미사일 시스템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7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외신에 따르면 벙커버스터-57이 최근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 여부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받고 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미국이 대(對)이란 공격에서 이스라엘을 보다 직접적으로 지원하기를 결정한다면, 백악관이 취할 수 있는 한 가지 선택지는 벙커버스터 폭탄”이라고 전했다.

벙커 파괴용 무기라는 뜻을 지닌 벙커버스터-57은 지하 시설을 초토화하기 위한 용도로 개발됐다. 지면 아래 약 61m까지 침투한 뒤 폭발할 수 있으며, 여러 개를 연속으로 투하할수록 각각의 폭발이 누적되면서 점점 더 깊이 침투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약 6.2m 길이의 벙커버스터-57은 13.6t에 달하는 무게로 현재 시점으로는 미군의 B-2 스텔스 폭격기로만 운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론상으로는 벙커버스터-57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모든 폭격기에 탑재될 수 있으나 현재 미군은 B-2 스텔스 폭격기로만 운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해둔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같은 날 백악관 상황실에서 국가안보팀을 소집해 회의를 열고 미국이 이스라엘-이란 분쟁에 직접 개입할지 여부를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을 동원해 이란의 핵 시설을 타격하거나 이스라엘을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미국이 분쟁에 직접 개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제 개입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를 묻는 말에 “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며 말을 아꼈다.

라이터 대사도 지난 주말 미국 ABC뉴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미국이 포르도를 공격하는 데 도움을 줄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스라엘은 미국에 방어적 지원만 요청했다”고 강조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