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박나무를 대규모로 박피한 현장이 발견돼 서귀포시가 자치경찰에 수사 의뢰를 검토하고 있다.
제주 환경단체 ‘제주자연의벗’은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전날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의 한 임야에서 후박나무 43그루의 껍질이 벗겨진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피된 후박나무는 둘레길이(흉고) 70~280㎝·높이 10~15m의 거목으로, 상당수가 수령 70년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됐다.
후박나무는 키가 크고 수관이 넓어 주로 제주에서 가로수로 많이 볼 수 있다. 껍질과 잎은 민간요법에서 약재로 쓰이기도 한다. 제주자연의벗 측은 “약재로 팔기 위해 누군가 나무 껍질을 벗긴 것으로 추정된다”며 행정과 사법당국에 엄정한 조사와 대응을 촉구했다.
이번 박피 사건은 성읍리 일대에서 사진을 찍던 한 시민에 의해 알려졌다. 강영식 제주자연의벗 공동대표는 17일 “일부 나무는 밭둑에 있어 50~60m 밖에서 볼 수 있는 상태였는데, 껍질이 벗겨져 나무가 진한 주황색으로 보이는 상태였다”며 “밑둥에서 3.5m 높이까지 나무의 대부분을 박피한 경우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강 공동대표는 “박피를 하면 나무 안쪽에 있는 형성층의 체관이 함께 떨어지기 때문에 잎에서 만들어진 영양분을 뿌리로 보낼 수 없게 돼 결국 나무가 죽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귀포시도 이날 현장 확인을 마쳤다. 서귀포시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이 정도의 박피는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하는 행위로 판단된다”며 “산림자원법 위반 여부를 검토해 자치 경찰에 수사 의뢰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