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피난 중”…중국인들, 테헤란에서 ‘공포의 탈출’

입력 2025-06-17 17:34 수정 2025-06-17 17:42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정유시설이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불타고 있다. UPI연합뉴스

중국과 우호 관계에 있는 이란에 사업 등의 목적으로 머물던 중국인들도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피해 테헤란 탈출 대열에 합류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군이 테헤란의 영공을 장악했다며 테헤란 시민들에게 긴급 대피할 것을 요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날 SNS를 통해 “모두 즉시 테헤란에서 떠나야 한다”고 경고했다.

중국 펑파이신문은 17일 이란에 체류 중인 중국인들과 인터뷰를 통해 테헤란의 공습 현황과 대피 상황 등을 전했다. 테헤란에서 사업을 하는 탕모씨는 “서쪽으로 피신 중인데 목적지는 이라크의 한 항구”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 우리는 목숨을 걸고 피난 중이다. 매우 두렵고 심각한 상황”이라면서 “최근 밤마다 천둥소리(이스라엘군의 폭격음)가 들렸다. 이란인들도 도망가고 있다”고 말했다.

업무차 테헤란에 머물던 왕모씨는 “남쪽 세라즈시를 거쳐 아바스항으로 이동한 후 두바이로 빠져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란 정부가 오염 위험이 있다며 수돗물을 마시지 말고 생수를 마시라고 한다. 지금 테헤란은 아주 위험한 상태”라며 “최대한 빨리 대피해야 한다. 네타냐후의 16일(현지시간) 발표를 보고 이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부인과 아이들을 데리고 피신하라고 조언했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중국인이 이란의 호텔에 머물고 있는데 호텔 측으로부터 퇴실하라는 요구를 받았다”면서 “호텔에서 나가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데 영어와 페르시아어를 못 하는 중국인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어떻게 이란을 탈출해야 할지조차 모르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브리핑에서 “현재 일부 중국인이 주변 국가로 철수했고 외교부와 공관은 관계 기관과 함께 이란·이스라엘에 있는 중국인의 신속한 철수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주재 중국대사관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위챗을 통해 이스라엘 영공이 폐쇄됐으므로 요르단으로 향하는 육로를 거쳐 이스라엘을 떠나라고 권고했다. 대사관은 지난 15일부터 영사 서비스 등 대외 업무를 중단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