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지금이 유로화의 글로벌 위상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의 순간’”이라며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가르드 총재는 16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에서 “지금의 변화는 유럽에 ‘글로벌 유로(Global Euro)’의 순간”이라며 “이 기회를 붙잡고 유로화의 국제통화 역할을 강화하려면 유럽은 단결된 모습으로 보다 주도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리가르드 총재는 “체제가 영원히 지속될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역사는 가르쳐준다. 글로벌 통화 지배력의 변화는 과거에도 일어났었다”면서 “개방된 시장과 다자주의 규칙이 무너지고 있고, 이 시스템의 초석인 달러의 지배적 역할조차 더는 확실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현재 유로는 글로벌 외환보유액 2위로 20%를 차지한다. 1위는 58%를 차지하는 달러다.
리가르드 총재의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달러화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키는 정책을 펼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관세 정책 등에 대한 불신으로 많은 투자자가 달러 자산을 회피하고 있다”며 “독일을 포함한 유럽에서의 공공 지출 확대 기조는 유럽 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리가르드를 포함한 유럽의 정책 결정자들이 수십 년간 달러가 독점해온 지위를 흔들 기회를 엿보고 있다”며 “유로화의 위상이 높아지면 정부와 기업은 차입 비용을 줄일 수 있고, 통화 변동성으로부터 유럽 경제를 더 잘 보호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