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초기 신앙공동체 형성한 ‘제중원’ 역사 재조명

입력 2025-06-17 16:20 수정 2025-06-17 16:24
예장통합 김영걸(왼쪽에서 다섯 번째) 총회장과 장의환(네 번째) 총회역사위원회 위원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그레이스홀에서 열린 ‘제109회기 한국교회사포럼’에 앞서 관계자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조선의 첫 서양 의료기관인 제중원과 여기서 파생된 신앙공동체의 역사를 조명하는 포럼이 열렸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역사위원회(위원장 장의환 목사)와 한국장로교회역사학회(학회장 정병준 교수)는 17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제109회기 한국교회사포럼’을 개최했다. 주제는 ‘한국기독교 선교 140주년 기관연구-제중원과 한인 신앙공동체를 중심으로’였다.

제중원은 한국 최초의 서양식 병원이자 선교 기관이었으며, 조선 말기 한국 선교의 전초 기지이자 호러스 N 알렌 선교사 이후로 입국한 선교사들의 둥지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는다. 제중원 신앙공동체를 중심으로 확장된 동현교회와 곤당골교회는 지금의 남대문교회와 승동교회의 모태가 됐다.
김일환 박사가 ‘제중원 초기 산앙공동체 형성의 역사 1894~1904년’에 관해 강연하고 있다.

발제자로 나선 김일환 박사(서울장신대)는 올리버 R 에비슨 캐나다 선교사가 제중원의 책임을 맡게 된 1893년 11월부터 1904년 동현교회로 사역이 확장된 한국교회 초기 신앙공동체 형성의 과정을 살폈다.

김 박사는 “제중원은 조선 기독교 형성의 기틀을 마련했다”며 “호러스 G 언더우드와 헨리 G 아펜젤러, 메리 F 스크랜튼 선교사 등이 제중원에 모여들었고, 제중원을 둥지 삼아 한국인들을 만나고, 신앙공동체를 형성했으며, 제약이 많은 환경 속에서도 선교의 지평을 확장해 갔다”고 평가했다.

에비슨 선교사는 1894년 조선 정부로부터 제중원의 운영권을 이관받은 이후 본격적인 전도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제중원에서는 정기적인 주일 오전 오후 예배와 수요일 저녁 기도회, 외래 환자와 입원 환자를 위한 전도 및 모임 등이 열렸다. 김 박사는 “이는 제중원 신앙공동체가 일반인 병원 직원 환자와 보호자 방문자 등이 모두 참여하는 교회로서의 실체, 즉 ‘제중원 예배 처소’를 갖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1902년 제중원 예배 처소는 홍문수골교회와 결합해 동현교회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고 했다.

김 박사에 따르면 동현교회가 가장 먼저 한 사역은 인근 새문안교회, 연동교회 교인들과 주일 오후 연합예배를 드리는 것이었다. 김 박사는 “이는 서울 지역의 장로교회가 연합해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제중원을 터전으로 서울 지역 장로교회가 서로 연합해 서울 지역의 전도사역을 본격적으로 확장해 가는 시기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선영 박사가 ‘미국북장로회한국선교회 서울지부의 곤당골 진출과 제중원: 빈튼(C.C. Vinton)의 활동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하는 모습.

서선영 박사(장로회신학대)는 이어진 발제에서 제중원과 가까운 곳에 세워져 자연스레 미국 북장로회 한국선교회의 선교 거점을 확장한 곤당골교회의 기원을 살폈다.

서 박사는 “외국인 거주지 정동은 기독교에 관심을 둔 한국인들이 박해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출입하기 부적합했다”며 “곤당골은 선교사들이 정동에서 벗어나 새롭게 선교 거점으로 삼고자 하는 중요한 자리가 됐다”고 봤다.

서 박사는 이어 “곤당골교회는 기독교 대학을 세우려는 언더우드의 소망이었고, 한국인들을 자유롭게 만나 마음껏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싶은 미국 북장로회 한국선교회의 소망이었다”며 “곤당골교회는 지척에 있는 제중원과 적극적으로 협력하며 선교의 거점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동현교회는 1904년 남대문 밖에 세브란스병원을 헌당했고 이후 승동교회와 남대문교회로 분화된다.

포럼 참석자들이 강연을 듣고 있다. 아래 사진은 김 총회장과 장 위원장이 이날 포럼에 앞서 열린 한국교회사 논문공모 시상식에서 총회장상을 수상한 오혁(맨 오른쪽) 전도사와 역사위원회 위원장상을 받은 오애리(맨 왼쪽) 전도사와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포럼에 앞서 한국교회사 논문공모 시상식도 열렸다. 오혁 전도사가 ‘유동식의 무교 연구와 개신교 변증’에 관한 논문으로 총회장상을 받았다. 오애리 전도사는 논문 ‘충청선교의 개척자 민노아 선교사 사역 연구’로 역사위원회 위원장상을 수상했다.

글·사진=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