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경기도 성남 만나교회(김병삼 목사) 본당 앞. 평소 조용했던 이곳이 마치 고속도로 휴게소처럼 북적였다. 목회자들과 평신도 리더들이 저마다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특별한 포토존 앞에서 셀카를 찍고 있었다.
인생 표지판으로 시작된 영적 길찾기
‘내 인생의 표지판’이라는 제목 아래 설치된 이곳은 실제 도로에서 볼 법한 그림이 그려진 메모들이 가득 붙여있었다. 빨간색 원형 표지판 그림은 ‘접근금지’를, 초록색 화살표는 ‘직진’을 의미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두려움’ ‘머뭇거림’ ‘교회 중심주의’ 등이 적힌 빨간색 표지들과 ‘선교적 교회’ ‘세상을 향한 마음’ ‘타자를 위한 섬김’ 등을 적은 초록색 표지들이 쌓여갔다.
서울 구로구의 한 교회에서 사역하는 오예훈(28) 전도사는 초록색 표지에 ‘선교적 교회 만들기’라고 적었다. 그는 이날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교회에서 청소년부를 맡고 있는데 선교를 통해 교회 아이들의 사명을 깨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신도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선교적 교회에 대한 목표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만나교회가 개막한 ‘만나IC 2025 콘퍼런스’는 ‘내일의 소망으로 향하는 오늘의 교회 이야기’라는 부제 아래 한국교회 목회자와 평신도 리더십을 세우기 위해 마련됐다. 19일까지 사흘간 열리는 콘퍼런스는 ‘목회철학’ ‘세대연결’ ‘쉬운 미디어’ ‘청년 부흥’ ‘예배 콘텐츠’ ‘설교작성법’ 등 6개 핵심 주제어 아래 22개 세부 사역 노하우를 공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론 중심의 강의가 아닌 그동안 만나교회가 실제 사역 현장에서 검증된 구체적인 방법론들을 나누는 자리로 기획됐다.
‘IC’라는 이름이 정체성(Identity) 회복과 새로운 방향으로의 전환점(Interchange)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는 만큼 한국교회가 선교적 교회로 거듭나기 위한 새로운 길을 찾는 ‘길찾기’ 여정으로 마련됐다. 이날 목회자와 평신도 리더 등 전국에서 온 700여명이 참석했다.
박물관 교회냐 선교적 교회냐
“우리 교회는 선교적 교회, 사역적 교회, 유지적 교회, 박물관 교회 중에서 어디에 해당할까요.”
첫 번째 메인세션의 강사로 나선 김병삼 만나교회 담임목사가 참석자들에게 도전적인 질문을 하며 강의를 시작했다. 김 목사는 ‘교회, 목회철학으로 씨를 뿌리다’라는 제목의 강의에서 기독교 미래학자인 레너드 스윗 박사가 제시한 교회의 4가지 유형을 소개했다. 이어 “박물관 교회는 과거의 영광에만 머물러 있으면서 현재의 사명을 잃어버린 교회”라며 “교회가 박물관이 되지 않으려면 반드시 선교적 사명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에클레시아와 키르케의 차이점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에클레시아는 운동하고 지역사회에 가시적 변화를 일으키며 사명 중심으로 움직이는 교회”라며 “반면 키르케는 그저 모이기만 하고 관성적 예배를 수행하며 낡은 사역모델에 머물러 있는 교회”라고 구분했다.
김 목사는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이 교회 내부로만 집중돼 있는지 아니면 교회 밖 세상을 향해 집중돼 있는지 살펴보라”며 “교회가 내부에만 집중하고 있다면 교회의 사명을 다시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리지 선교와 미디어 패러다임의 전환
두 번째 메인세션에서 만나교회 섬김국장 이용주 목사는 ‘브리지(다리)’를 키워드로 한 만나교회의 선교 철학을 나눴다. 이 목사는 “사역하면서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질문해야 한다”며 “세우고 만들고 이끌어가시는 것이 하나님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목적을 파악하고 그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건강한 교회”라고 말했다.
만나교회는 이주민교회와 협력하는 사역, 매년 해외에서 진행하는 선교사 위로회, 청년세대를 위한 단기선교, ‘스페이스 품’ 사역 등을 통해 다양한 세대가 선교에 참여할 수 있는 브리지 역할을 하고 있다.
세 번째 스피커로 나선 만나교회 미디어팀장 권오현 목사는 ‘미디어 사역하지 마세요’라는 다소 도전적인 제목으로 강의했다. 권 목사는 인스타그램에서 활발한 사역을 펼치는 ‘교회친구다모여’ ‘네버티’ ‘엘그림교회’ 등을 사례로 들면서 “제대로 된 미디어 사역을 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타겟팅을 해야 하며 미디어의 알고리즘과 플랫폼도 잘 이해해야 한다”고 전했다.
청년 사역의 핵심은 ‘주체성’ 부여
메인세션 후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참석자들의 실제적 고민들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세대론과 미디어 사역, 교회 구조 개편에 대한 질문들이 집중됐다.
‘기성세대의 역할은 어디까지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이 목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청년들을 미래세대라는 가치로 바라보는 시선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김병삼 목사는 “청년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소모품처럼 활동하는 것”이라며 “교회의 중요한 TF나 활동에 청년들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교회가 미디어 사역으로 부흥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권 목사는 “교회가 어떤 문화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지 찾아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디어는 교회를 소개하고 부흥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사흘간 열리는 콘퍼런스는 손쉽게 적용 가능한 22개의 부문 강의와 뜨겁게 기도하고 말씀을 나누는 저녁 집회로 구성된다. 18일은 ‘생애주기와 사람’을 주제로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고 다음 시대를 준비하는 만나교회의 목양 사역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마지막 날은 ‘예배’를 주제로 진행되며 만나교회가 예배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을 토크와 강의 등으로 만날 수 있다.
성남=김아영 박윤서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