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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공공보호소(동물보호센터)는 쏟아지듯 입소하는 동물에게 사료를 급여하고 최소한의 시설 청결을 유지하기에도 버거운 상황입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국내 263곳의 공공 동물보호센터 운영 예산은 총 464억원, 입소한 동물은 10만6000마리였습니다. 대부분의 동물보호센터에는 배속된 공공 수의사가 없어 민간 동물병원에 출장을 요청하거나 아예 입소한 동물의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보호동물의 검역과 치료, 행동교육 및 입양으로의 선순환 등 동물복지의 요람으로서 기능을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열악한 공공보호소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해법으로 최근 국내에서 주목받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보호동물의학(shelter-medicine)입니다. 임상수의학은 물론이고 보호소 동물의 특성과 구조·격리·관리·입양 체계 및 공공보호소 형편에 맞는 고효율의 진료를 위한 전략을 다루는 수의학의 한 분과입니다. 특히 보호소에 입소한 동물의 예방 및 시술에 관한 다양한 현장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죠. 미국에서는 수의대의 80% 이상이 보호동물의학 과목을 운영하고, 영국에서는 수의사의 94% 이상이 보호동물의학 운영에 참여하는 등 관련 교육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에는 총 10곳의 수의과대학이 있는데요. 이중 보호동물의학 과목이 정식 개설된 곳은 제주대학교 수의과대학, 건국대 수의과대학뿐이어서 관심있는 학생들의 갈증이 컸습니다. 이같은 요구를 반영해 지난달 18일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국내 첫 보호동물의학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제주대, 강원대, 서울대, 전남대 등 전국 10개 전국 수의과대학 재학생 106명과 서울시 동물보호시설 실무자 10명 등 총 116명이 참석하는 등 큰 호응을 보였는데요. 이날 행사는 사단법인 한국보호동물의학연구원 조윤주 원장, EBSTV 프로그램 ‘세상에나쁜개는없다’에 출연하는 설채현 수의사,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 포인핸드 이환희 대표가 함께 진행했습니다.
조 원장은 보호동물의학을 국내에 도입함으로써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동물복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첫째는 소외된 보호동물에게 한정된 재원 속에서 최대한 효율적인 수의학적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겁니다.
조 원장은 “어느 나라든 공공보호소는 예산과 인력이 부족해 효율적으로 운영할 전문가가 필요하다”면서 “보호동물 의학의 도입은 검역과 예방의학, 행동교육 및 입양 전략을 아우르는 고도의 운영경영이 가능한 공공수의사를 육성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또한 보호동물 의학은 수의학도들이 수의사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현장 경험을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공공보호소에서는 보호동물을 대상으로 주기적인 동물 등록·예방접종·군집 중성화 시술이 이뤄지는데요. 보호동물 의학의 수강생들은 이러한 시술 현장에 투입돼 현장 수의사 지시에 따라 집도를 제외한 동물 건강평가, 예방접종 및 치료 과정에서 동물을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는 보정 등 다양한 보조 역할을 하며 임상경험을 쌓게 됩니다.
수의학도의 현장 투입을 향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보호자 없는 동물을 대상으로 수의학 실습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 섞인 지적도 나옵니다. 이에 조 원장은 “수의사와 수의학도의 역할은 엄격히 구분된다”면서 “수의학도들은 수의사의 감독 하에 예방접종과 보정, 동물 건강평가 등 집도 행위를 제외한 임상을 진행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수의대생 55명을 대상으로 참석 동기를 조사한 결과, 보호소 동물 의학에 관해 배우고 싶어서(84%), 유기동물·동물복지에 관심이 있어(69%), 향후 진로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29%) 순으로 답해 보호소 동물복지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성훈 기자 tell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