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인천 서구 한신성결교회(주신 목사) 2층 애찬실. 분홍색, 노란색, 하늘색…. 형형색색 차려입은 한복 자락이 어르신들 무릎 위로 곱게 내려앉았다. 앞자리에 차려진 새하얀 축하 케이크를 바라보는 팔순 어르신들 얼굴엔 주름진 미소와 설렘이 번졌다.
“이야 살다 보니 이런 것들도 받아 보네.” “노래도 너무 신난다. 행복한 거 있지.” 행사장 곳곳에선 감정이 벅차오르는 듯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사랑의쌀나눔운동본부(이사장 이선구 목사)는 이날 대한노인회인천광역시연합회(회장 박용렬)와 함께 인천 전역 10개 군구 홀몸 어르신들을 위한 ‘합동 팔순잔치’를 개최했다. 올해로 10회를 맞는 행사다. 팔순이 됐어도 경제적 형편이나 홀로 사는 사정 때문에 생일상 한 번 차리기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지역사회와 교계, 사회단체가 힘을 모았다.
이선구 목사는 “5~6월이면 꽃구경이 한창이지만 그 꽃길을 홀로 시린 가슴으로 지나치시는 어르신들이 계시다”며 “팔십 평생을 외롭게 견디신 어르신들께 오늘 하루만이라도 기쁨이 되고, 인천시민이 함께하는 효 나눔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용렬 대한노인회인천시연합회장은 축사를 통해 “여러분들께서 긴 세월 동안 가족과 사회를 위해 헌신하며 후대를 위한 가르침을 주셨다.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여러분의 따뜻한 손길이 있기에 우리 사회가 더욱 아름답게 빛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잔치 주인공은 인천시에 사는 1946년생 홀몸 어르신 43명. 행사장 안팎엔 내외빈, 자원봉사자, 사회복지사 등 100여명이 분주히 어르신들을 맞았다. 각자 맞춤 색상의 한복을 곱게 입은 어르신들은 꽃다발과 축하 케이크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겼다. 축하공연과 기념사진, 잔치 음식이 무르익을 무렵, 누군가는 수줍게 손뼉을 쳤고 누군가는 숨겨둔 눈물을 훔쳤다. ‘가족이 없어도 우리는 함께’라는 마음이 행사장을 채웠다.
행사장 한쪽엔 이동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한 장수사진관도 설치됐다. 자원봉사자들은 팔순을 맞은 어르신의 손을 꼭 잡고 스튜디오까지 동행했다. 카메라 앞에 선 어르신들은 처음엔 어색한 미소를 띠었지만, 끝날 무렵엔 제법 편안한 표정들이 얼굴에 머물렀다.
최순자(79) 할머니는 밥 한술을 뜨고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렇게 맛난 음식을 잔뜩 대접받아 너무 기분이 좋다”며 “모든 순서마다 배려와 존중이 느껴져 값진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임기섭(79) 할아버지는 “돌이켜보면 쉬운 순간이 없었던 것 같다. 고생만 했던 세월이었는데, 오늘 이렇게 많은 분들의 손길로 감사의 마음을 받으니 벅차다”고 말했다.
잔치는 하루로 끝나지 않는다. 이튿날인 18일에는 강화도로 짧은 ‘효도 여행’이 이어진다. 체력과 건강 상태를 세심히 고려해 사회복지사와 봉사자가 1대1로 동행하며 이동한다. 어르신들은 온천욕으로 쌓인 피로를 풀고 강화 바닷바람을 마시며 팔순의 하루를 조금은 덜 외롭게 마무리할 예정이다.
인천=글·사진 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