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구‧화천 주민들이 마을을 관통하는 동서고속화철도의 교량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양구군 국토정중앙면 야촌리, 용하리는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 제4공구가 지나는 지역이다. 철도가 완공되면 야촌리에서 용하리 사이에 355m의 철길이 놓인다. 철길은 교량이 아닌 흙을 쌓아 철로를 놓는 성토 방식으로 설계됐다. 최대 높이는 14m에 이른다. 아파트 5층 높이의 성벽이 마을을 가로지르는 셈이다.
이수연 야촌리장은 17일 “농민들에게 경작지를 건너는 길 하나 막히는 것은 한 계절, 한 해 농사를 잃는 일이나 다름없다”며 “마을은 안 잘라서 괜찮다고 하지만 논밭이 끊기면 동네도 함께 무너진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설계 초기부터 이런 사정을 지속해서 호소해왔다. 국가철도공단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을 20차례 이상 찾아가 성토 구간을 교량화해 주민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했다. 지난해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 민원을 제기하고 800여명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전달했다.
서흥원 양구군수는 지난 11일 국가철도공단 강원본부를 방문해 해당 구간을 교량으로 전환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 군수는 “높이 10m가 넘는 성토 구조물이 설치되면 농지 단절은 물론 농기계 접근 제한, 일조량 감소 등으로 인해 지역 농업 전반에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화천군 간동면 주민들도 성토 방식의 공사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화천역사 주변의 선로 길이는 350m다. 이 구간은 최대 7m까지 성토 방식으로 철로가 놓인다.
주민들은 마을 한가운데에 7m 높이의 성토가 이뤄지면 마을이 단절되고, 농기계 접근이 제한돼 농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는 등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화천군과 군의회는 건의문을 채택하고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간동면번영회와 함께 철도공단을 방문, 교량화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등 강력히 대응하기로 했다.
조웅희 군의회 부의장은 “동서고속화철도가 화천을 경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지나치게 높게 성토가 이뤄지면 마을을 단절 시키는 등 부작용이 크다”고 지적했다.
동서고속화철도는 서울에서 춘천~화천~양구~인제를 거쳐 속초까지 시속 250㎞까지 달릴 수 있는 고속화 철도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2027년 개통이 목표다. 화천 양구 인제 속초 4개 지역에 철도역이 신설된다.
양구=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