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주차장 계속 운영”… 부산시, 운행중지 조치도 없었다

입력 2025-06-16 16:32 수정 2025-06-16 17:41
기계식 주차장 사고. 차량이 완전히 진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설비가 작동해 사고가 났다. 국민일보 DB

부산지역 일부 기계식주차장이 안전 검사에 불합격했거나 검사를 받지 않은 상태임에도, 아무런 제재 없이 시민을 상대로 영업을 계속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시 감사 결과, 관리 책임이 있는 지자체들이 운행 중지 명령과 같은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고 위험이 그대로 방치된 상황이었다.

16일 부산시가 공개한 ‘기계식주차장 관리 실태 안전 감찰’ 결과에 따르면 부산 내 기계식주차장 5741기 가운데 594기(10.34%)는 안전 검사를 받지 않은 상태였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불합격 판정을 받고도 운행을 중단하지 않은 채 계속 운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위원회는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시설이 시민에게 계속 제공되고 있었음에도 시나 구·군이 운행 중지 명령 등 기본적인 조처를 하지 않았다”며 시정·통보 조처를 내렸다.

의무 관리인 미배치 문제도 지적됐다. 자동차 20대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기계식주차장의 경우 관리인 배치가 의무지만, 일부 시설은 이를 지키지 않았고 관할 지자체 역시 사실상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안전공단과 부산시가 정기적으로 발송한 ‘안전 검사 이행 촉구’ 공문에 대해서도 후속 조치 없이 넘어간 사례가 적지 않았다.

기계식주차장 안전관리 실태조사 역시 부실하게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위는 3년마다 시행되는 실태조사에서 주요 조사 항목이 빠지거나 기준 검토 없이 형식적으로 진행된 사례를 다수 적발했다. 시는 향후 조사 항목 전반을 재검토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장 점검에서는 조명 조도 기준 미달도 확인됐다. 관련 규정상 주차장 출입구는 최소 150럭스, 주차면은 50럭스 이상의 조도를 확보해야 하지만, 일부 시설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채 운영되고 있었다. 주차장 바닥의 틈새가 지름 10㎝를 초과하는 등 구조적 문제도 함께 드러났다.

주차 가능 차량의 허용 무게를 초과한 차량을 수용하고 있는 문제도 지적됐다. 기계식 주차장 바닥은 허용 무게(중형 1850㎏, 대형 2200㎏)를 초과하는 차량은 주차해서는 안 되지만, 일부 주차장에서는 이를 초과한 차량도 주차할 수 있는 것처럼 안내하고 있었으며, 실제로 그런 차량이 이용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위원회는 이번 감사에서 총 11건의 위법·부당 사항을 적발했으며, 이 가운데 6건은 현지에서 조처했다. 나머지는 시정 1건, 시정·통보 2건, 통보 2건으로 처리됐다.

한편 부산은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기계식주차장이 많은 지역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부산의 기계식주차장은 4583개소, 17만여 면에 달한다. 최근 3년간 부산에서 발생한 기계식주차장 사고는 34건이며, 이 중 2023년에는 1명이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시 감사위원회는 “시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 분야인 만큼, 주차장 운영 실태 전반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지속적인 감찰을 통해 안전관리 체계 미비점을 바로잡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