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톡]기도도 상담도 하는 AI, 혹시 겁내고 있나요?

입력 2025-06-16 15:43 수정 2025-06-17 10:10
넥스브이 제공

지난 주말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스마트테크 코리아’ 행사장 한쪽. 인공지능 스타트업 넥스브이(Nexv)가 선보인 키오스크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섰습니다. 병원 문진과 음료 주문, 심리 자가 진단과 고민 상담, 종교 기도문 생성까지 다양한 기능을 갖춘 이 키오스크는 음성 인식 기능을 활용해 대화하듯 응답했는데요. 기도문을 만들어주는 ‘기도미’ 앞에도 사용자들이 몰렸습니다.

AI가 신 앞에 서는 장면까지 흉내 내는 시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고유한 존재일 수 있을까요. 지난 14일 서울 신길교회(이기용 목사)에서 열린 한국기독교학회(회장 황덕형) 2025 춘계학술대회는 ‘AI 시대의 신학적 인간학’을 주제로 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전철 한신대 신대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신길교회에서 열린 한국기독교학회 2025 춘계학술대회에서 주제강연을 하고 있다. 한국기독교학회 제공

기조 강연을 맡은 전철 한신대 신대원 원장은 인간만이 지닌 고유의 인식 구조를 ‘예언 지능’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셈을 하지만 동시에 생의 환상을 보고 예언을 한다”며 AI와 인간 사이의 결정적 차이를 상상력과 응답 능력에서 찾았습니다. 전 원장은 인간이 단순히 미래를 예측하는 존재가 아니라 타자의 고통에 반응하고 상황 너머를 직조해 가는 존재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AI는 고통을 분석할 수는 있어도 고통받는 이에게 응답하지는 못한다”며 의미 감각과 윤리적 판단이 인간됨의 본질이라고 짚었습니다.

철학자인 김재인 경희대 교수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AI에 대한 무지와 공포 극복하기’라는 제목의 주제강연에 나섰습니다. 김 교수는 인간과 AI의 차이를 ‘퍼스트 무버’와 ‘패스트 팔로워’로 설명하며 AI에 대한 환상과 과대평가를 경계했습니다. 챗GPT를 포함한 생성형 AI의 핵심은 대규모 텍스트를 분해하고 다음에 나올 단어를 예측하는 알고리즘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김 교수는 “겉보기에 문장은 그럴듯하지만 그 안에 진실성에 대한 고려는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1974년 창립된 한국기독교학회는 전국 40여개 신학대·기독교대 소속 교수들이 모여 활동하는 국내 최대의 신학 학술단체입니다. 올해 초에는 AI 기술에 대한 방향성을 점검하며 12가지 윤리 준칙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인간 존엄과 공동체성, 신학적 상상력의 회복을 중심으로 한 이 원칙은 기술 진보 속에서도 신학이 붙들어야 할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이날 학술대회도 같은 문제의식의 연장선에서 마련됐습니다.


인공지능과 관련한 논의는 신학 분야 전반에서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사무총장 강대흥 선교사)와 한국선교KMQ는 다음 달 21일 경기도 광명 아델포이교회(임동현 목사)에서 ‘디지털 시대와 융합 선교’를 주제로 포럼을 엽니다.

이 자리에서는 이춘성 한국기독교윤리연구원 선임연구원(분당우리교회 협동목사)이 ‘AI 시대, 디지털 사역의 한계와 가능성’을 주제로 발제에 나설 예정입니다. 이 연구원은 1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AI는 일상과 사역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지만 교회가 붙들어야 할 본질은 ‘함께 있음’과 ‘공동체 감각’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설교 초안을 요약하고 목회 상담을 대신하며 기도문을 생성하는 AI는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 그 자체로 영혼을 만지는 존재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는데요. 그러면서도 “기술이 교회의 정체성을 위협하지 않게 하려면 기술을 선별적으로 수용하고 신앙의 관계성과 환대를 지키려는 분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