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IT 공룡 텐센트의 넥슨 인수설이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중국 자본 의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이어지고 있다.
한국게임학회는 16일 성명서를 통해 중국 텐센트의 넥슨 인수 시도 관련 보도에 관해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외국 자본의 침투를 넘어선 사실상의 산업 주권 침탈 시도”라고 비판했다.
학회는 “이 사안은 정부가 결코 중립적으로 방치할 수 없는 국가 안보적 사안”이라면서 “텐센트의 넥슨 인수 시도는 단순한 민간 기업 간 거래가 아니라, 대한민국 핵심 산업에 대한 조직적 지배 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회는 정부에 게임산업을 즉각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외국 자본의 비상식적 지배 시도에 제도적 대응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은 텐센트홀딩스가 일본 주식시장에 상장한 넥슨을 150억 달러(약 20조원)에 인수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고 이를 위해 넥슨 창업주인 고(故) 김정주 회장의 유족들과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넥슨 지주회사인 NXC와 텐센트는 이에 대해 따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지난 13일 중국 한 정보기술(IT) 매체는 텐센트가 창업자 가족과 거래를 논의하거나 넥슨 인수를 검토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업계에서는 김 회장 일가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넥슨 자체적으로 전문경영인 체제가 정착했고, 유족 측이 지난해 상속세 납부 문제를 모두 정리한 만큼 텐센트 인수설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인수설은 사실상 일단락된 분위기다.
이와 별개로 이번 사건이 한국 게임 업계의 높은 중국 자본 의존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한국 게임들의 중국 현지 서비스 권한 상당수를 텐센트가 보유하고 있고, 시프트업(40%), 웹젠(20.7%), 넷마블(17.5%), 크래프톤(13.6%) 등 국내 주요 게임사의 지분을 텐센트가 적잖게 확보한 상태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이번 사태는 이재명 정부가 게임산업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는지를 판가름할 중요한 시금석으로 정부와 국회가 더는 사태를 외면하거나 회피해서는 안 되며 즉각적인 규제 방안과 산업 보호 조치를 실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