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방인에서 소중한 이웃으로… 이주민과 손잡은 교회 이야기

입력 2025-06-16 14:59
태국인 성도들이 한국인 어르신들에게 태국 전통으로 설 인사를 하는 모습. 매향교회 제공

국내 체류 외국인 300만 시대를 맞아 한국교회가 이주민 선교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기존의 일방적 섬김에서 벗어나 이주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교회, 전통교회와 이주민교회의 통합 모델 등 혁신적 사례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주민 교회로 통합, ‘함께 만들어가는 교회’

경기도 화성 매향교회(정진학 목사)는 기존 농촌 전통교회와 이주민 중심 교회가 합병한 뒤 새로운 통합 공동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1652.8㎡(500평)의 넓은 예배당을 가졌지만 80대 이상 어르신들만 남아 유지가 어려웠던 매향교회와 넓은 공간이 필요했던 젊은 태국인 중심의 열린열방선교교회가 만나 상호 보완적 결합을 이뤘다.

정진학 매향교회가 이주민 사역을 설명하는 모습.

정진학 담임목사는 2003년 태국 선교사로 파송된 후 2009년부터 국내에서 이주민 사역을 시작했다. 8년간 열린교회에서 외국인팀을 담당하다가 2016년 다민족교회 ‘열린열방선교교회’를 개척했다. 그러나 이 교회에서 한국인과 태국인, 스리랑카인 성도들의 필요와 믿음 수준의 차이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노회의 제안으로 매향교회와 합병한 후 교회 1층과 2층에 있는 297.5㎡(90평) 규모의 이주민 센터를 건립해 외국인 쉼터와 토요일 말씀 나눔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인과 태국인이 함께 예배 드리는 연합예배 모습. 매향교회 제공

매향교회는 이주민을 위한 교회가 아닌 이주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교회를 지향한다. 평소에는 언어별로 예배를 따로 드리지만 월 1회 연합예배를 통해 한국인 어르신들과 태국인 청년들이 만나는 접점을 마련한다. 태국인 성도들은 태국·한국 문화 축제인 ‘매향 다누리 한마당’을 열고 한국 어르신들에게 설 인사를 드리고 소그룹 모임을 갖는 등 언어와 문화 차이를 넘어선 교제가 이뤄지고 있다.

정 목사는 “이주민을 단순한 섬김의 대상이 아닌 지역사회의 주체로 세워야 한다”며 “과거 이주민을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선교 전략에서 벗어나 외국인과 2세대 증가에 맞는 목회와 선교의 통합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3년간 이어온 이주민 맞춤형 선교 모델

경북 포항충진교회는 13년간 지속적인 이주민 사역으로 지역교회 중심의 지속할 수 있는 선교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인 성도들과 캄보디아 성도들이 식사 교제를 하는 모습. 포항충진교회 제공

2013년 신재천 장로가 포항철강공단 골목길에서 만난 캄보디아 근로자 3명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보고 선교지에서 영혼들을 만날 때와 같은 마음을 품게 된 것이 이주민 사역의 시작이었다. 그을린 작은 전기장판 위에 홑이불을 깔고 생활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사역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포항충진교회는 2005년부터 캄보디아 선교사를 파송했는데 파송 선교사의 안식년을 계기로 교회에서 25분 거리인 포항철강공단의 캄보디아 근로자 120여 명과 만나게 됐다. 1년간 선교사와 함께 교회 차량으로 근로자들을 실어 나르며 동시통역 예배를 드렸으나 선교사가 선교지로 돌아가면서 사역 중단 위기에 놓였다.

이때 교회 성도들이 이주민센터 개소를 결정했다. 동시통역이 불가능해지자 근로자들 주거지 근처에 ‘캄보디아 사랑의문화원’을 열었다. 99.1㎡(30평) 건물을 임대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지만 성도들이 기초 캄보디아어를 배워 예배 안내 책자와 찬양집을 캄보디아어와 한국어로 제작했다.

포항충진교회 제공

2019년 오재경 목사가 담임으로 부임하면서 사역이 더욱 활성화됐다. 현재 이름이 바뀐 ‘충진M센터’는 매 주일 네팔예배, 한국어교실, 식사 교제, 캄보디아 예배까지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신 장로는 13년간 이어온 이주민 사역의 성공 요인으로 섬기는 민족을 이해하고 사랑하기, 사역의 다양한 협력, 하나님 일하심을 기다리는 인내 등 세 가지를 꼽았다. 그는 “12년 동안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주일예배를 드렸다”며 “아무도 안 올 때도 있었지만 하나님의 일하심을 기다리면 풍성히 채워진다”고 강조했다.

이주민 선교 방향 제시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는 16일 경기도 안양 새중앙교회(황덕영 목사)에서 ‘제2차 이주민 선교 컨설테이션’을 개최하고 이주민 선교의 주체로 세워진 지역교회 사례들을 공유했다. KWMA 운영이사장 황덕영 목사는 “우리나라에 있는 이주민들은 하나님이 보내주신 선교 대상이자 동역자다. 우리가 갈 수 없는 지역의 영혼을 하나님이 보내주신 것으로 사도행전 1장 8절에 나온 ‘땅끝’ 개념을 확인할 수 있다”며 이주민 선교에 관한 관심을 독려했다.

김찬곤 안양석수교회 목사

김찬곤 안양석수교회 목사는 기조 발제에서 “한국교회가 6만개 가까이 있지만 실제로 이주민 선교에 관심을 두는 비율은 실제로 높지 않다”며 “과거 한국교회가 해외 선교에서 구체적인 자료 조사와 전략 없이 사역했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이미 우리 옆에 있는 이주민들과 동반 관계를 이뤄야 한다. 이들 가운데는 복음에 눈이 뜬 이들도 많기에 이들과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안양=글·사진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